송용탁 시인 / 투신
카페 큰 창 앞에 서면 알 수 있다. 무수한 엽록소가 유리를 키운다는 것을. 채광이 잘될수록 투명의 세계가 사람들을 몹시 껴안았다. 창은 넓은 투명으로 햇빛을 통과하고 그림자는 사람들 주변으로 흩어졌다. 행복한 사람들은 다시 도란도란 앉아 행복하지 않은 것들을 서로 나누고 있었다.
몸을 던지기로 했다. 돌멩이처럼 움츠리지 않고 종말처럼 온몸으로 기도하기로 했다.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한밤중처럼 움직이지 않아도 괜찮아. 투명을 부수는 투명처럼. 조각난 투명을 온몸에.
의문형으로 때론 명령형으로 조용히 말하다가 조용한 채광이 된다.
햇살은 도무지 날 키우지 못하고 큰 창은 없는 것처럼 거짓말을 했고 불행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몹시 행복하고 그날의 나는
아직 카페 앞에 서 있는 지나가는 검은 개가 짖고 목줄이 너무나 반짝, 거렸고
반년간 『스토리문학』 2022 하반기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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