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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홍철기 시인 / 인연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13.

홍철기 시인 / 인연

 

 

날이 밝을 때까지

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당신이 있다

 

 


 

 

홍철기 시인 / 시안(Xi'an,西安)*의 숲

 

 

진시황과 양귀비를 처음 만나러 간 시안西安의 숲에서 길을 잃었지

나는 어쩜 소매치기를 당했는지 몰라

당신은 시인의 숲에서 살고 있는데

나는 지금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하는 시안詩眼에 있지

 

비석들이 우리를 뭐라고 새겨줄까

명명할 수 없는 여행객들 사이

지도를 마지막으로 보던 시인, 시안에 머물다

 

시안에선 알을 깨고 나온 사람들을 볼 수 있지

모두가 모여 앉아 젖을 물리는 상상을 해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고,

내 시는 너의 둥지에 두고 나온 알

 

나는 여전히 시안의 숲에서 길을 잃고

또 다시 소매치기를 당한 거라 생각하지

당신은 시인, 시인時人의 숲에서 살고

나는 주위를 돌아봐야 하는 시안에 있지

 

비림碑林에선 젖을 물릴 수 없어

굳어진 흙으로 다른 곳에 알을 낳고

나는 잃어버린 거라 생각하는 시안을 찾아

아무 둥지나 헤집고 다녔지

 

여기는 일생동안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는

시안의 숲

 

*중국 산시성 시안으로 산시성의 성도.중국 역사에서 장안(長安)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인근에 진시황릉이 있으며, 북쪽의 비림(碑林)에는 당·송(宋)나라의 고비(古碑)가 많이 보존되어 있다.

 

 


 

홍철기 시인

1974년 전북 익산에서 출생. 201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17년 《시와 표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파프리카를 먹는 카프카』 문학동인Volume 회원. 현재 군산시청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