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기 시인 / 인연
날이 밝을 때까지 곁에서 들려주는 이야기
당신이 있다
홍철기 시인 / 시안(Xi'an,西安)*의 숲
진시황과 양귀비를 처음 만나러 간 시안西安의 숲에서 길을 잃었지 나는 어쩜 소매치기를 당했는지 몰라 당신은 시인의 숲에서 살고 있는데 나는 지금 소매치기를 조심해야하는 시안詩眼에 있지
비석들이 우리를 뭐라고 새겨줄까 명명할 수 없는 여행객들 사이 지도를 마지막으로 보던 시인, 시안에 머물다
시안에선 알을 깨고 나온 사람들을 볼 수 있지 모두가 모여 앉아 젖을 물리는 상상을 해 뻐꾸기는 남의 둥지에 알을 낳는다고, 내 시는 너의 둥지에 두고 나온 알
나는 여전히 시안의 숲에서 길을 잃고 또 다시 소매치기를 당한 거라 생각하지 당신은 시인, 시인時人의 숲에서 살고 나는 주위를 돌아봐야 하는 시안에 있지
비림碑林에선 젖을 물릴 수 없어 굳어진 흙으로 다른 곳에 알을 낳고 나는 잃어버린 거라 생각하는 시안을 찾아 아무 둥지나 헤집고 다녔지
여기는 일생동안 소매치기를 조심해야 하는 시안의 숲
*중국 산시성 시안으로 산시성의 성도.중국 역사에서 장안(長安)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인근에 진시황릉이 있으며, 북쪽의 비림(碑林)에는 당·송(宋)나라의 고비(古碑)가 많이 보존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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