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용 시인 / 두부의 공식
저것은 네모난 공식 문제를 풀면 네 개의 각을 얻을 수 있다 사방을 나누고 눈어림으로 재는 중량 해답은 말랑해서 비닐봉지에 담기거나 팩에 담긴다
첫 문장은 함부로 구르고 튕겨나가는 딱딱한 공식 변수가 있어 정량의 물을 더하고 거품을 뺐다
회오리처럼 휘돌다가도 뜨거운 불길만 무사히 건너면 잘 될 거라 믿었던 사내 완성품을 기다리며 허기진 시간을 견뎠다 간수를 넣는 과정만 통과하면 쓸 만한 물건이 될 거라고 부글거리는 잡념까지 걸러내었다
순두부처럼 몽글거리는 아들에게,
반듯하게 살아라 물러터지면 아무 짝에도 못 쓴다 네모난 틀은 아버지의 공식
거름포를 깔고 뭉친 마음을 부었지만 반듯한 각을 얻지는 못했는지,
구치소 앞 두부를 들고 기다리는 아버지 저기 물렁한 두부 한 모 걸어나온다
전선용 시인 / 부존재의 존재
사는 일이 허업이라고 말하지 말자 이름만 없을 뿐 들꽃도 꽃이다
바람에게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듯이 사람아, 내가 어디로 가는지 묻지 마라
출렁거림은 아름다움을 위한 묘사 삶의 턱에 눈물을 괴니 흔들림이 멈췄고
중심을 잡기 위해 잠깐, 아주 잠깐 흔들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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