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4) 이집트로의 피신 역경도 하느님 섭리… 받아들이고 의미 발견해내길 가톨릭신문 2023-01-22 [제3328호, 13면]
시련 마주한 미성숙한 사람은 세상·하느님 원망하며 무너져 성숙한 사람은 시련을 기회로 자아 단련하며 한 번 더 성장
하르먼스 판 레인 렘브란트의 ‘이집트로의 피신’.
■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서 세 분을 피신하라고 하는데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전능하신 하느님께서 왜 그런 역경을 막아주지 않고 힘든 과정을 겪게 하시는지요?
그런 생각을 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기 예수 때문에 정든 고향을 떠나서 낯선 이국땅으로 피신을 가야하는 두 분의 마음도 몹시 심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두 분이 이집트로 피신한 것은 하느님의 큰 계획이 있어서 입니다. 아기 예수의 부모로서의 소양을 갖추게 하기 위한 섭리셨던 것입니다. 두 분은 이스라엘이란 문화적 후진국 사람들, 그것도 시골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두 분에게 이집트는 두 분의 눈을 뜨게 해주는 더 넓은 세상을 의미합니다. 별 문화적 발전이 없는 이스라엘과는 달리 이집트는 대국으로서의 면모를 오랫동안 갖추어온 나라입니다.
우리 속담에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기 예수의 부모로서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집트라는 대국의 문명이 두 분에게 필요했던 것입니다. 특히 성모님의 경우 후일 교회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가지시게 된 것은 이집트에서의 생활 덕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두 번째 의미는 내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은 맞대응하지 말고 잠시 피하는 것이 좋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때때로 자신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나 상대와 맞대응하는 만용을 부리기도 하는데 하느님께서는 두 분에게 피하는 지혜를 알려주시려고 이집트로 피신을 권하셨던 것입니다. 힘이 없을 때 힘을 키우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피하는 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지혜입니다. 만약 마리아와 요셉이 그저 그 자리에서 기도만하고 움직이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아마도 잡혀서 처형을 당했을 것입니다. 아직 오지 않은 때를 기다리기 위한 피함은 지혜로운 선택입니다.
또한 마리아와 요셉 두 분은 우리에게 힘겨운 상황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범을 보여주십니다. 우리는 다급한 상황이 되면 하느님이 우리를 버렸다고 울고불고 하면서 하느님을 원망합니다. 그런데 그런 자세로는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습니다. 만약 두 분이 당신들의 뜻과는 전혀 다른 타향살이에 대하여 매일 한탄이나 했다면 이집트에서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을 것입니다. 이집트 카이로에 가면 성가정성당이 있는데 그 옆에는 유대인 회당이 있습니다. 두 분은 그 회당에서 하느님의 뜻을 되새기며 이집트에서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무진 노력을 하셨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집트에서의 시간이 끝날 무렵에는 한층 성숙한 마음가짐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을 성숙한 사람과 미성숙한 사람으로 구분합니다. 미성숙한 사람이란 조금이라도 힘든 일과 마주하면 자지러지고 세상과 하느님을 원망하는 사람이고, 성숙한 사람이란 시련이 사람의 자아를 강하게 해준다는 것을 믿고 시련 속에서 자신을 다이아몬드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집트는 마리아 요셉 두 분을 다이아몬드로 만들어준 자리입니다. 우리가 인생에서 다이아몬드가 되고자 한다면 두 분의 삶을 본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 마태 2,13-15
박사들이 돌아간 뒤, 꿈에 주님의 천사가 요셉에게 나타나서 말하였다. “일어나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피신하여, 내가 너에게 일러 줄 때까지 거기에 있어라. 헤로데가 아기를 찾아 없애 버리려고 한다.” 요셉은 일어나 밤에 아기와 그 어머니를 데리고 이집트로 가서, 헤로데가 죽을 때까지 거기에 있었다. 주님께서 예언자를 통하여, “내가 내 아들을 이집트에서 불러내었다” 하신 말씀이 이루어지려고 그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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