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7) 유혹 끝없는 유혹과의 싸움 통해 내적 성숙 이뤄가는 것 가톨릭신문 2023-02-19 [제3331호, 13면]
유혹은 하위욕구 채우는 것 허상이면서 중독성 있기도 결핍 있으면 유혹에 더 약해
소 데이비드 테니어스 ‘성 안토니오의 유혹’(1647년 작).
■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광야에서 유혹을 물리치시는 모습이 나옵니다. 저도 예수님처럼 유혹을 물리치고 싶은데, 시시때때로 유혹에 드는 제 모습을 봅니다. 어떻게 하면 유혹에 빠지지 않을까요?
마태오 복음서 4장을 보면 주님께서 유혹은 받으시는 내용이 나옵니다. 유혹은 신앙생활에서 큰 묵상거리입니다. 유혹이 얼마나 사람들을 힘들게 했으면, ‘주님의 기도’에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해달라는 기도문을 실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정작 유혹이 무엇인지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 아는 사람은 드뭅니다. 단지 ‘악이 던지는 것’, ‘마귀들이 장난하는 것’ 등 유아적 지식 정도일 뿐입니다. 심지어 오래 전에는 유혹에 대해 지나치게 결벽증적인 거부감을 가져서 정신적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생각, 감정마저도 악이 주는 유혹이라고 생각하는 강박증적인 생각으로 인해 자신을 때리고 고문하는 자기고문게임을 영신수련이라고 여기던 무지한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로인해 많은 사람들이 신경증 환자가 되거나 종교적 망상, 마귀 콤플렉스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유혹이란 무엇인가? 내적 성숙을 방해하는 것들인데, 대부분 인간적 욕구에 근거합니다. 사람의 욕구는 위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하위욕구에 해당하는 것들이 유혹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혹들은 허상인 경우가 많으며 중독성이 강한 것이 특징입니다. 어느 새신부가 본당신부에게 사제생활을 하면서 조심해야 할 유혹이 어떤 것이 있는지 물었더니, 본당신부 답하길 “젊어서는 여인들, 나이 들어가면서는 재물욕, 늙어서는 명예욕”이라 했습니다. 다시 새신부가 그런 유혹에 빠지는 이유가 무엇인가 묻자 “싫으면 빠지겠냐? 좋으니까 빠지지” 하더랍니다.
유혹은 허상입니다. 아주 아름답고 괜찮아 보이는 허상. 그래서 쉽게 빠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유혹에 빠지지 않게 조심하라고 하는 것인데 이것이 말처럼 간단치 않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유혹을 끊기가 어렵다고 고민을 털어놓는 분들, 성장과정의 결핍이 심한 사람들은 유혹에 더 약한 경향을 보입니다. 어린 시절 궁핍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하위욕구에 대한 허기짐 때문에 상위욕구인 영성적 욕구의 단계에 들어서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는 유혹이라는 욕구를 어느 정도 채워주고 달래주어야 합니다. 만약 심하게 억압을 할 경우 ‘요요현상’이 나타나서 나중에 더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혹들은 사람의 자아 중 내재아가 던지는 것이기에 아이 달래듯이 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유혹은 더 좋은 어떤 것이 생기면 저절로 사라지거나 잊힙니다. 마치 아이들이 지금 가진 장난감보다 더 좋은 것이 생기면 지금 가진 장난감을 버리듯이, 지금의 유혹도 그렇습니다. 지금의 유혹에 싫증이 나도 같은 현상이 생깁니다. 인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 중 싫증이란 것이 있는데 이것은 어떤 것에 대한 집착을 줄여서 고착상태에서 벗어나게 해주기도 합니다.
영성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혹은 아주 귀찮은 존재입니다. 그러나 필요하기도 합니다. 내적인 성숙은 유혹과의 싸움을 통해 얻어지기 때문입니다.
■ 마태 4,1-11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에게 유혹을 받으셨다. 그분께서는 사십 일을 밤낮으로 단식하신 뒤라 시장하셨다. 그런데 유혹자가 그분께 다가와,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이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하고 말하였다. … 그때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사탄아, 물러가라.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 그러자 악마는 그분을 떠나가고, 천사들이 다가와 그분의 시중을 들었다.
|
'<가톨릭 관련> > ◆ 성 경 관 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8) 회개 (0) | 2023.02.27 |
---|---|
[말씀묵상] 사순 제1주일 - 다시 한번 그분께로 (0) | 2023.02.26 |
[말씀묵상] 연중 제7주일 - 원수를 사랑하라 (0) | 2023.02.19 |
[말씀묵상] 주님 은총에 의지하며 죄를 용서받으십시오 (0) | 2023.02.12 |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6) 순종하는 신앙인? (0) | 2023.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