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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12) 바리사이

by 파스칼바이런 2023. 3. 29.

[홍성남 신부의 ‘신약성경’] (12) 바리사이

우월감에 빠져 타인 무시하고 경멸하는 사람들

가톨릭신문 2023-03-26 [제3336호, 13면]

 

 

율법 잘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

타인의 죄책감 건드려 지배

마음에 ‘가혹한 심판자’ 두고

종교적 신경증에 시달리게 해

 

 

 

제임스 티소의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시다.’(1886~1896)

 

 

■ 성경에 보면 예수님이 바리사이들을 꾸짖으시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은 왜 바 리사이들을 꾸짖으신 걸까요?

 

주님께서는 바리사이들과 늘 각을 세우고 대립하셨습니다. 왜 그러신 것일까? 그들이 가진 선민 콤플렉스와 율법주의 때문이었습니다.

 

바리사이들은 자신들이 율법을 잘 알고 실행하며 살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종교적 우월감에 젖어서 율법대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경멸했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의 마음 안에 폭력적인 도덕적 자아를 심어줘서 사람들을 심리적 노예로 전락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주님께서 바리사이들을 비판하셨던 것입니다.

 

율법이란 무엇인가? 사람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길을 알려주는 것이 율법의 본질입니다. 몸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건강수칙이 있듯이 인생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율법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율법의 이런 본질을 무시하고 율법으로 자신들이 입지를 가지려고 했고 폭력적인 종교 ‘갑질’을 행했던 것입니다. 지나친 우월감에 빠져서 다른 사람들이 자신들을 존경해줄 것을 요구하는 가학성애자들이었기에 주님께서 그들을 받아주실 수 없었던 것입니다.

 

율법주의에 빠지면 심각한 심리적 부작용, 종교적 신경증에 걸릴 위험이 큽니다. 그중 가장 심각한 것은 마음 안에 가혹한 심판자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가혹한 심판자는 내 마음 안의 초자아, 도덕적 자아가 비대해져서 생기는 일종의 괴물 같은 것입니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지나친 율법주의적 사고방식으로 인해 내 안에 자리 잡은 가혹한 심판자는 사람들을 몰아붙이고 잠시도 쉬지 못하게 합니다. 이것은 자신이 마치 양심인 양 행세하면서 그 누구도 자신을 공격하지 못하게 합니다.

 

자신을 비판하는 것은 마치 신을 부정하는 것 같은 죄책감을 가지게 해서 복종하게 하는 것입니다. 사람의 마음 안에서 비대해진 이것은 하느님을 사람의 죄를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 분으로 인식하게 하고 사람의 자아를 노예처럼 만듭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착한 신앙인들이 자신 안의 가혹한 심판자 때문에 심각한 신경증증세를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 조현병에 걸려서 종교적 망상에 사로잡혀서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율법전문가인 바리사이들을 비판하신 것은 가혹한 심판자에게 시달리는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을 구하시기 위함이었습니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이런 현상은 사라지질 않습니다. 사이비 교주들에 의한 신도들의 노예화뿐만 아니라 목회자들에 의해서도 자주 벌어지는 일들입니다. 우리 교회의 경우 이런 현상들은 고해소 안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곤 합니다.

 

고해소는 신자들이 말 못 할 고민을 털어놓고 위안을 받고 마음의 안정감을 가져야 하는 자리입니다. 정신의학에서 권장하는 털어놓기 치유법이 가장 적절하게 이루어지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일부 사제들이 고해소를 재판정으로 자신을 재판관으로 삼아 보속을 형량인 양 내려서 심약한 신자들을 괴롭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합니다. 주님께서 그토록 싫어하셨던 바리사이들이, 일명 ‘신바리사이’들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입니다.

 

■ 마태 5,17-20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하늘과 땅이 없어지기 전에는, 모든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계명들 가운데에서 가장 작은 것 하나라도 어기고 또 사람들을 그렇게 가르치는 자는 하늘 나라에서 가장 작은 자라고 불릴 것이다. 그러나 스스로 지키고 또 그렇게 가르치는 이는 하늘 나라에서 큰사람이라고 불릴 것이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의 의로움이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의 의로움을 능가하지 않으면, 결코 하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홍성남 신부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홍성남 신부는 대학을 졸업하고 군 제대 후 사제가 된 늦깎이 신부다. 가톨릭 상담심리대학원에서 영성상담심리를 전공했다. 저서로는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 「화나면 화내고 힘들 땐 쉬어」, 「착한 사람 그만두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