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부들의 가르침 :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우스 주교 중심으로 한 교회 일치 갈망 광주가톨릭대 교수 노성기 신부
오늘은 멀리 시리아의 안티오키아로 여행을 떠나보자. 안티오키아는 그리스도를 믿는 이들을 가리켜 이방인들이 처음으로 ’그리스도인’이라고 불렀던 도시이다. 우리가 만날 교부는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로 약 1900년 전에 살았던 안티오키아의 이냐시우스(35?~110?) 성인이다. 맹수형의 사형선고를 받고 로마로 압송되어 가면서, 성인은 일곱 교회에 편지를 써보냈다. 일곱 통의 편지를 읽다보면, 우리도 어느새 그가 걸었던 순교여정을 따라서 걷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냐시우스는 자신의 소망대로 로마의 원형경기장에서 맹수형으로 순교했으며(약 110년) 10월 17일이 성인의 축일이다.
하느님을 향한 불타는 신앙, 하느님과의 일치, 주교를 중심으로 한 교회의 일치를 간절히 갈망했던 교부, 피보다 더 뜨거운 순교의 열정을 지녔던 교부, 그가 남긴 7통의 편지로 약 2000년 동안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교부, 우리 모두가 한번쯤 만나보고 싶었던 교부였다. 그의 편지들은 초대교회의 삶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중한 보물이다.
’한 분 하느님, 한 분 그리스도, 한 가톨릭 교회’를 주장하면서 신앙과 사랑 안에서의 일치를 강조했던 그가 바로 최초로 ’가톨릭 교회’라는 용어를 사용했던 교부였다. ’가톨릭 교회’라는 이 표현은 폴리카르푸스에 의해서 ’참된 교회’라는 뜻으로 더욱 발전된다.
"하느님의 영광을 위해서 거짓 없이 주교에게 순종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는 눈에 보이는 주교를 속이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기만하는 것이 됩니다"(’막네시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3, 2). "예수 그리스도께서 계신 곳에 가톨릭 교회가 존재하듯이, 주교가 있는 곳에 교회 공동체가 존재합니다"(’스미르나인들에게 보낸 편지’ 8, 2).
이처럼 이냐시우스는 끊임없이 주교를 중심으로 한 교회의 일치를 강조한 ’일치의 박사’였다. 당시 가현설(假顯說)을 주장하는 자들은 교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단체이므로 주교나 사제가 필요 없다는 주장과 그리스도는 참 인간이 아닌 인간의 모습을 하고서 거짓으로 나타났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하여 그들은 그리스도의 육화와 수난, 죽음과 부활을 부인하고 성체 안에 있는 그리스도의 실제적인 현존성까지도 부인했다.
이 같은 가현설을 반박하면서, 이냐시우스는 그리스도의 육화와 수난, 죽음과 부활의 역사적인 사실성을 주장했다. 그리스도의 수난이 가짜라면, 지금 자신이 당하고 있는 고통과 수난도 거짓이고 가짜이냐고 이냐시우스는 반문한다.
로마로 압송되어 가던 그를 위해 로마 교회가 구명운동을 벌이자, 이냐시우스는 어떤 호의도 베풀지 말아달라고 간청한다. "여러분의 사랑이 오히려 저를 해칠까봐 두렵습니다. 저로 하여금 나의 하느님의 수난을 본받는 자가 될 수 있게 해주십시오"(’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1,2 ; 6,3). 그는 한시라도 빨리 순교하고 싶은 열망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저는 그 맹수들을 빨리 볼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맹수들이 어떤 사람들에게는 겁을 먹어 달려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그와는 달리 맹수들이 저를 재빨리 삼켜버리도록 제가 유인하겠습니다"(’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5,2).
순교를 영원한 생명, 즉 구원을 위한 ’출산’이라고 말한 그는 해산의 고통을 통해서 새 생명이 태어나는 기쁨을 누리듯이, 순교의 수난을 통해서 부활의 기쁨을 얻게 된다고 믿으면서 자신의 순교일을 애타게 기다렸다. "이제 출산의 (고통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6,1). 교회는 이 같은 믿음에 따라 순교자들의 순교일을 ’천상탄일’이라고 부르고, 그들의 축일로 지낸다.
순교로써 그리스도의 십자가상의 죽음을 본받아 참 생명, 즉 구원에 참여한다는 그의 믿음과 맹수들이 자기 몸을 깡그리 먹어치워 장사지낼 수고조차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의 바람은, 그리스도의 참다운 제자가 되겠다는 맹세와 열망에서 나온 고백이었다.
이냐시우스는 자신의 순교를 성체의 신비와 연결시켜 자신을 하느님의 밀이라고 말한다. 밀이 맷돌에 갈려 가루가 되고 그 가루로 빵이 만들어지듯이, 자신의 몸이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되겠다는 그의 다짐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의 심금을 울린 가장 아름다운 신앙고백이며 우리들의 가슴속에 메아리 되어 영원히 울려 퍼지는 사랑고백이었다.
"저를 맹수의 먹이가 되게 놔두십시오. 그것을 통해서 제가 하느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하느님의 밀이니 맹수의 이빨에 갈려서 그리스도의 깨끗한 빵이 될 것입니다"(’로마인들에게 보낸 편지’ 4,1).
끝으로 이냐시우스의 다음 말을 기억하면서, 성탄절을 잘 준비하는 대림시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신앙은 시작이고, 사랑은 마지막 목적이며, 빵(성체)을 나누는 것은 불멸의 약을 나누는 것이다"(’에페소인들에게 보낸 편지’ 14,1;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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