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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성 루카 복음사가

by 파스칼바이런 2010. 3. 15.

 

 

[영성으로 읽는 성인성녀전] 성 루카 복음사가

 정영식 신부·수원 영통성령본당 주임, 최인자·엘리사벳·선교사

 

 

① '행동하는 학자'… 초대 신자들 존경 한몸에

  

루카는 마태오, 마르코, 요한과 더불어 신약성서의 4대 복음서 저자 중의 한 사람이다. 루카에 대한 자료가 많이 남아 있지는 않으며, 8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전해지고 있다.

 

루카의 고향은 당시 학교 교육의 중심지인 시리아의 수도 안티오키아였다. 기원전 40년 경에 이 도시에는 이미 가톨릭 신자 단체가 조직되어 있었고, 루카는 그 단체에서 열심히 신앙생활을 한 의사 청년이었다. 루카는 요즘말로 우등생이었다. 그리스어에 능숙했던 그는 어려서부터 공부에 남다른 소질을 보였고, 학문을 넓히기 위해 그리스와 이집트를 여행하기도 했다.

 

특히 루카는 안티오키아에서 전교를 하고 있었던 성 바오로와 성 바르나바의 영향을 많이 받은 듯 보인다. 루카는 사도들을 존경하였고, 특히 바오로 사도를 잘 따랐다.

 

루카는 바오로 사도의 그림자였다. 바오로 성인의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는 "사랑하는 의사 루카와 테마가 여러분에게 인사합니다"(콜로 4,14)라는 구절이 있고, '필레몬에게 보낸 서간'에도 "나의 협력자인 마르코와 아리스다르코스와 테마스와 루카가 그대에게 인사합니다"(필레 1,24)라는 문장이 있다. 티모테오에게 보낸 둘째 서간에도 "루카만 나와 함께 있습니다. 마르코는 내 직무에 요긴한 사람이니 함께 데리고 오십시오"(2티모 4,11)라고 나와있다. 루카는 중요한 시기에 늘 바오로 사도 옆에 있었던 셈이다.

 

루카는 또 바오로의 제2차 전도여행을 옆에서 수행하며 함께 고난을 겪으며 힘껏 도왔으며, 바오로 사도가 마케도니아에서 예루살렘으로 귀환했을 때도 함께 있었다. 또 바오로 사도가 제3차 전도여행 도중, 트로아스에 도착되었을 때 루카는 급히 그곳으로 가서 상봉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이후 루카는 줄곧 바오로 사도를 그림자처럼 수행했다. 바오로 사도가 카이사리아 감옥에 갇였을 때도, 로마에 호송되어 형장에 끌려 나갈 때도 그는 늘 옆에 있었다.

 

루카는 초대 신자들 간에 대단한 존경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 "우리는 형제 한 사람을 티토와 함께 보냅니다. 이 형제는 복음을 선포하는 일로 모든 교회에서 칭송을 받는 사람입니다"(2코린 8,18)라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서 '형제 한 사람'은 바로 루카를 두고 한 말이다.

 

그런데 초대 교회에 중대한 문제가 발생했다. 바오로 사도 및 루카 복음사가 시대에 벌써 주 예수께 대한 그릇된 말들이 유포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명석한 두뇌를 가진 루카의 진가가 발휘된다. 그릇된 진리가 유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올바른 진리를 저술로 남길 필요가 있었다. 이에 루카는 바오로 사도의 권유에 따라 복음서 및 사도행전을 집필하게 된다.

 

루카는 이를 위해 친히 성모 마리아를 찾아뵙고 주님의 탄생전후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전해 들었다. 그래서 루카 복음의 특징은 다른 복음서에서는 다루지 않은 세례자 요한의 탄생에 얽힌 이야기와, 아기예수의 잉태부터 어린 시절의 일화가 비교적 소상히 나와 있다.

 

또한 직업이 의사였기에, 특히 병자들에 대한 치유에 대해 관심이 많아, 이를 복음서에 많이 수록했다. 루카는 또한 사제직에 대해서는 면밀한 관심을 갖고 복음서를 썼다.

 

루카의 저서로서는 또 초창기 교회사를 담은 사도행전이 있다. 28장 중 앞부분 12장은 베드로 사도에 관한 내용이고, 뒷부분은 바오로 사도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정작 바오로 사도와 친밀한 관계에 있었던 자신에 대해서는 한 구절도 없다. 루카 복음사가의 겸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루카는 신앙적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한 분이다. 그가 없었다면 우리는 예수님의 어린시절과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집필가로서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단순히 책상 앞에서만 앉아있는 학자가 아니었다. 바오로 사도가 67년 로마에서 장렬히 순교하자, 루카는 그리스로 건너간다. 그곳 아카이아 지방에 전교한 그는 이후 소아시아 지방에 가서 주님을 위해 갖은 고초를 다 겪으며 복음을 전하다 84세를 일기로 귀천했다고 전해진다.

 

② 하느님께 받은 능력 주님과 합치로 승화시켜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과 권력, 명예를 추구하는 삶의 행태를 지니고 있다. 하지만 나에게 세상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만남'이라고 말하고 싶다. 사실 우리 삶은 모두 만남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부모와의 만남, 형제 자매와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이웃과의 만남, 학문과의 만남, 사상과 종교와의 만남 등 우리는 늘 만남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만남이 나의 육체적, 정신적, 영적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성 루카의 만남을 살펴보자. 루카의 부모님에 대해 우리는 아무런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루카의 삶을 통해 미뤄 짐작할 수 있다. 루카는 어린 시절부터 학업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분이다. 그래서 의사가 됐고, 저술 능력 또한 뛰어났다. 그의 부모는 루카의 이러한 지적 성취에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고,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치를 삶의 모범으로 보여주었을 것이다. 성 루카의 이러한 지적 성취는 바오로 사도와의 만남을 통해 좀 더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게 된다.

 

성 루카는 바오로 사도를 2차 전도여행 중에 만났다. 당시 바오로 사도는 40대 중반, 루카는 30대 중반이었다. 바오로 사도와의 만남을 통해 루카의 삶은 일대 전환을 맞게 됐고, 이후 바오로 사도가 순교할 때까지 그의 옆에서 보좌했다. 루카는 공부를 많이 하신 분이다. 그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바오로 사도를 평생 동안 따랐다는 것은 새로운 엄청난 가치를 깨닫고 그것에 심취했다는 의미다.

 

바오로 사도 순교 후 홀로 남게 된 루카는 그동안 자신이 듣고 배운 것, 기도를 통해 얻은 모든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하느님의 섭리를 읽을 수 있다. 하느님은 루카 복음사가를 미리 지적으로 안배해 주셨고, 바오로 사도와의 만남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초형성)시키셨다. 마지막으로는 이러한 모든 것들을 글로 기록해야 된다는 영감을 주셨다. 이것을 루카 복음사가는 하느님의 명으로 받들어 순명하는 삶을 살았다. 루카 복음사가의 내면을 볼 때 순명을 잘하고 순수하고 착한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공부에 열심이었고,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의사가 되었다. 그만큼 순수하게 자신의 내면을 잘 형성시켜 어른이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정도 수준에서 머무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육신과 정신적 삶을 초월하는 초월적인 차원 영적인 차원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했다. 여기에는 물론 바오로 사도의 영향이 컸다. 하지만 바오로 사도의 영향이 컸다고 해도 루카 자신이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느님은 우리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활동하신다. 하느님은 루카 복음사가에게 하셨던 것처럼 오늘날 나에게도 태어나기 전부터 어떠한 능력을 심어주셨다. 영적으로 당신을 따르고 선포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우리에게 심어 주셨다. 단순한 지적 호기심의 충족이나 지적 성취에 머무르지 않고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그 무엇을 심어 주셨다. 우리는 루카 복음사가처럼 그 능력을 일깨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도 하느님과의 합치가 중요하다.

 

루카 복음사가는 늘 하느님과 합치된 가운데 생활했다. 루카 복음사가는 사도행전을 기록했고, 복음서도 집필했고, 전교활동도 30년 가까이 수행했다. 이는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능력을 하느님과의 합치 안에서 승화해 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한 의사인 그는 특히 연민의 마음이 가득했다. 의사로서 그는 상처를 입은 이들을 만났을 때 늘 연민의 마음을 느끼고, 아파했다. 늘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보듬어주면서 치유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 개인적 차원의 연민은 사회적 차원에서 자비로 승화됐다.

 

그런데 이 합치와 연민, 자비는 루카에게 있어서 한 단계 더 나간다. 바로 겸손의 덕이다. 그는 좀 배웠다고 해서 잘난 척하지 않았다. 늘 겸손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봉헌하고, 또 하느님의 뜻에 순명했다.

 

루카 복음사가는 이렇게 합치 연민 자비 겸손의 성향을 늘 간직하면서 끝까지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하느님 나라 건설의 초석을 놓기 위해 노력하신 분이다. 다시 한번 루카에 의해 드러나는 이 아름다운 초월적 성향, 영적 성향들을 떠올려 본다.

 

합치, 연민, 자비, 겸손….

 


 

축일 10월 18일 성 루카(Lu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