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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좋은글모음(2)

상처와 용서

by 파스칼바이런 2011. 9. 15.

상처와 용서

 

- 예수회 송봉모 신부 -

 

 

 

 

왜 개와 고양이는 앙숙인가?

그것은 서로간에 감정 표시가 다르기 때문이다.

개는 기분이 좋으면 꼬리를 치켜들고 살랑살랑 흔들어 대지만 기분이 언짢으면

꼬리를 늘어뜨린다.  그러나 고양이는 그 반대이다.

기분이 좋을 때는 꼬리를 내리고 성이 나면 꼬리를  세운다.

이렇게 감정 표현이 정반대이니 개와 고양이는 만나면 싸울 수 밖에 없다.

 

개가 고양이를 만나면 개는 반갑다고 꼬리를 쳐들고서는 흔드는데, 고양이는 개의 이런 모습을 보고 "저 녀석이 나를 보고 기분이 나쁘구나. 꼬리를 저렇게 세우고 있으니." 하고 생각한다.

한편 고양이가 개를 만났을 때 고양이는 반갑다는 뜻에서 꼬리를 늘어뜨리는데, 이 모양을 본 개는 "저 녀석이 나를 보더니 기분이 나쁘구나. 저렇게 꼬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으니." 하며 마음이 상하는 것이다.

서로가 자기 식으로 추측* 해석하면서 감정이 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다른 이들을 오해하고 멋대로 판단하고 상처받고 있는가.

내가 상대방을 오해하는 것은 많은 경우 나와 그 사람 사이의 행동양식이나 인지구조가 다르다는 것을 몰라서이다.

 

예를 들면 방안이 어지럽혀져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먼지 한 점 없게 쓸고 닦는 사람이 있다.

밥을 먹고 나서 즉시 설거지를 하지 않고 나중에 한꺼번에 몰아서 해도 아무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밥 먹자마자 즉시 설거지를 하지 않으면 다음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서로가 다른 행동양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한편이 다른 편을 비난하거나 잘못되었다고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상황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해석하고 행동할 뿐, 누가 옳고 누가 틀린 것이 아니다.

그러니 상대가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치 않고, 내 입장에서만 추측하고 판단하고 상처받는다면 그 상처는 내가 자초한 것이다.

이러한 경우 용서는 나와 타인의 서로 다른 행동양식과 인지구조를 인정하는 데서 이루어진다.

 

인디언 속담에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어떤 사람의 행동양식과 인지구조를 이해하려면 그 사람의 신을 신고 1마일을 걸어보아야 한다."

남의 신을 신고서 1마일을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1마일을 갈 수 있다면 우리는 내 자신의 가치기준과 행동양식과 전혀 다르게 행동했던 상대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