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맞은 사람들
어느 추운 크리스마스 저녁, 추운 날씨에도 변함없이 구세군은 종을 딸랑이며 온정어린 손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한 스님이 지나가더니 그곳에 섰다. 짐을 주섬주섬 풀고 그 자리에 주저앉아 목탁을 두드리며 시주를 받기 시작했다. 목탁소리와 종소리가 오묘하게(?) 울려 퍼지고 구세군 사람들은 짐짓 당혹스러웠으나, 그저 계속 종을 두들기고 있었다.
시간은 흐르고, 구경꾼들이 여기저기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심리란 참 이상하죠? 양쪽에서 소리 없는 호기심 응원전(?)이 펼쳐진 것이다.
"이쪽 이겨라!" "저쪽 이겨라!"
사람들은 응원의 뜻(?)으로 이쪽과 저쪽에 돈을 넣기 시작했다. 한 명 또 한 명, 그러면서 은근 슬쩍 어느 쪽에 돈이 더 모이나 보는 것이었다. 양측 진영(?)은 경쟁적으로 기부금을 몰아넣었다. 말도 안 되게 돈은 쌓여 갔다. 어이없었다.
한참 후, 스님은 시주를 멈추고 주위를 힐끗 쳐다보시고는 돈을 세기 시작을 했다. 뭉칫돈이 장난이 아니었다.
숨이 멎었다. 곧이어 스님은 짐을 이리저리 싸들고 돈을 덥석 집어 들더니, 스님은 씨익 웃으면서 그 시줏돈을 구세군 냄비에 넣고는 뒤도 안돌아보고 가버리셨다. 소리 없는 아우성은 순간, 멎었고 쳐다보던 사람들은 모두, 머리에 총 맞은 표정이었다.
-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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