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드로의 배반 / 카라바조 카라바조(Michelangelo amaerisi da Caravaggio, 1571-1610) 1609년, 유채 캔버스 지영현 신부 (가톨릭미술가협회 지도신부)
<성 베드로의 배반>은 카라바조의 말년 작품 중에 하나입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이전의 작품들보다 단순함 속에 묻어나는 깊이를 표현합니다. 이 작품은 붉은 색으로 밑칠을 한 후에 그려졌습니다. 그리하여 화면을 관통하는 기다란 빛으로 어두운 색을 더욱 풍부하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빛은 화면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삼각형의 모양으로 비춰지는데 그 끝에 베드로가 있습니다. 거의 일직선에 가깝게 화면의 3/4 정도의 위치로 베드로를 향해 빛이 비춰집니다. 이는 빛을 통해 예수그리스도의 말씀처럼 닭이 울기 전에 너는 세 번 나를 배반할 것이라는 말씀이 이루어지는 순간의 성인의 표정과 몸짓을 강조합니다.
작품은 베드로의 얼굴을 아주 적나라하게 묘사합니다. 그는 마치도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병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옆의 하녀는 아주 분명한 눈빛으로 병사를 바라보며 베드로를 향해 손짓합니다. 병사도 강렬한 빛의 그림자 속에서 검지손가락을 들어 베드로를 지목하며 가리킵니다. 이 모습만 보면 베드로가 예수님의 제자라고 말하는 하녀와 병사와 아니라고 배반하는 베드로의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그려집니다.
그러나 빛은 베드로의 얼굴을 타고 내려와 그의 두 손등을 비춥니다. 그는 빛의 강렬함을 통해 그 빛이 어디서 온 것인지도 말합니다. 이 빛은 그리스도로부터 와서 베드로에게 비추어집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의 손을 향하고 있습니다. 그 손을 통해 베드로가 입으로 하지 못한 이야기, '내가 바로 그리스도의 제자'라는 고백을 합니다.
우리는 베드로 배반을 안타깝게 생각할지 모릅니다. 만약 베드로의 상황이었다면 난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도 있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묵상한다면 우리는 결코 베드로를 일방적으로 비난할 수 없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오늘을 사는 베드로이기 때문입니다. 닭이 울고 난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통곡하는 베드로처럼 그렇게 나약하고 가난하며 그래서 하느님의 은총 아래서만 살아갈 수 있는 존재가 오늘을 사는 베드로 바로 '나'라고 하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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