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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의 고기잡이 기적

by 파스칼바이런 2012. 6. 2.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의 고기잡이 기적

(The Miraculous Draught of Fishes, 1515)

런던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미술관 소장

 

지영현 신부(가톨릭미술가협회 지도신부)

 

 

라파엘로의 <고기잡이 기적>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평범한 어부이며 시몬이라 불리던 베드로와 그의 동생 안드레아가 예수님을 만나면서 그의 제자가 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성경에 기록된 것처럼 두 척의 배가 등장하고 왼쪽 뱃머리 쪽에 예수님께서 앉아 계십니다.

밤새 고기를 한 마리도 잡지 못했던 그들이 예수님께서 알려주신 곳에 그물을 드리우니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많은 고기가 잡혔습니다.

라파엘로는 고기 많이 잡혔음을 나타내기 위해 위와 아래 그리고 멀리서 날아오는 새들의 무리를 그려 넣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베드로는 겁을 먹었습니다.

예수님 앞에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은 이가 베드로입니다.

이어 황급히 예수님을 향해 다가오는 이가 시몬의 동생 안드레아입니다.

그들은 잡힌 고기를 그대로 두고 예수님께로 향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을 두 장면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는 오른쪽 배에서 그물이 걸린 고기를 끌어 올리는 어부들의 모습입니다.

잡힌 고기를 끌어 올리는 데 열중이어서 다른 것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수님께서 타고 계신 왼쪽 배의 모습입니다.

시몬과 안드레아는 예수님을 향해 다가갑니다.

시몬은 무릎을 꿇고 두 손을 모으고, 팔을 펼치며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라고 자신들의 부족함을 고백합니다.

라파엘로의 이러한 장면 구분은 세상적인 것과 거룩함을 구분하는 장치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평온하고 인자한 모습으로 손을 들어 그들에게 조용하게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부르심은 참으로 놀랍고도 두려운 사건입니다.

베드로의 고백처럼 가난하고 보잘 것 없으며 더구나 죄인인 나를 예수님께서 당신의 제자로 부르십니다.

내가 무엇이 특별하고 잘나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나'를 부르십니다.

 

[소공동체모임길잡이, 2012년 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