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재산을 포기하며 옷을 벗는 프란치스코 - 조토 디 본도네
1297-99, 프레스코,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아시시.
[말씀이 있는 그림] 완전한 사람
조토(Giotto di Bondone, 1266/76~1337, 이탈리아 후기 고딕 회화의 거장)의 작품은 인물 형상들을 분명히 구획된 실내외공간과 풍경 속에 배치하여, 그림의 이야기 전달을 넘어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인간과 자연의 새로운 발견이 시작된다. 장차 르네상스 미술의 밑바탕이 되어 새로운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이러한 특징은 이탈리아, 아시시 지방의 성 프란치스코 상부 성당에 그려진 ‘성 프란치스코의 생애’에서 찾아볼 수 있다. 조토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생애를 처음 기록한 전기 작가 토마스 첼라노의 글을 바탕으로 28점을 프레스코로 제작한다. 이 작품은 그 가운데 하나로 성 프란치스코가 아버지의 재산과 땅을 포기하며 옷을 벗는 장면이다.
성인의 아버지 피에트로는 프란치스코에게 상속권을 주지 않겠다고 시의 집정관들에게 데리고 간다. 기록에 따르면 성 프란치스코의 이 문제는 아시시의 산타 마리아 마죠레 성당에서 가까운 주교관에서 재판이 열렸다고 한다. 그림 왼쪽 그룹에는 집정관들과 시민들이 모여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권한은 시의 주교에게 있었다. 오른쪽에는 복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시시의 주교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보인다.
결국 주교는 성 프란치스코가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아버지께 돌려줄 것을 권유한다. 성인은 가지고 있던 돈을 모두 아버지께 돌려주었을 뿐 아니라,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이 입었던 옷을 모두 벗어 아버지께 주었다. 옷을 모두 벗어 놓는다는 것은 자신의 소중한 생활을 모두 포기한다는 뜻이다. 이때 성인은 “지금부터 하느님께 방향을 돌려, 나의 아버지는 ‘하늘에 계시는 아버지’이십니다.”라고 말한다.
성 프란치스코의 뒤에 있던 주교는 벌거벗은 성인을 그의 망토로 가려준다. 주교가 취한 동작은 상징적으로 교회가 새로운 아들, 프란치스코를 보호한다는 의미이다. 반나체로 묘사된 성인은 서서 기도드리는 자세로 두 손을 모아 하늘을 향해 팔을 높이 올리고 있다. 이러한 아들의 행동에 아버지 피에트로는 그의 벗은 옷을 손에 들고 몹시 화가 난 듯한 모습이다. 이 순간부터 성 프란치스코는 아시시의 많은 사람으로부터 하느님께 미친 사람으로 취급을 받게 되었다.
그곳 주교 역시 그를 하느님께 미친 사람으로 여겼으나, 약간 엉뚱해 보이는 이 젊은이가 훗날 신비롭고 특별한 사람임을 인정하게 된다. 그림의 배경은 기록과는 달리 실외로 뒤에 대칭을 이루는 두 건축물이 가볍게 묘사되어 단단하게 표현된 인물들과 구별되고, 짙은 푸른색 하늘이 공간의 깊이를 보인다. 하늘에는 하느님을 상징하는 손이 그려져 있다. 하느님의 손은 하늘을 향한 프란치스코의 손과 이어진다. 이는 새로운 삶의 부름에 응답과 축복으로 하느님과 성인이 일치를 이루는 순간이다.
성인은 ‘완전한 사람’(마태 5, 48)이 되기 위해 그리스도의 생애를 온전히 따른다. 그리스도의 가르침, 그리스도의 발자취, 그리스도의 가난, 그리스도의 겸손, 그리스도의 삶, 지극히 거룩한 계명을 따른다. 진실한 사람으로서 복음적 삶 속에서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으로 그리스도와 완전한 하나가 된다.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루어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갈라 2, 20)이다.
[2014년 2월 23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