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부활하는 그리스도 - 야고보 필립보 메디치

by 파스칼바이런 2014. 5. 1.

 

 

부활하는 그리스도 - 야고보 필립보 메디치

15세기 경, 채색사본, 페라라 주교좌 성당 박물관

 

 

[말씀이 있는 그림] 죽음의 승리자 - 예수 그리스도

 

야고보 필립보 메디치(Iacopo Filippo Medici,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가 esurrexi(부활)의 첫 글자 ‘R’에 예수님의 부활 장면을 세밀화로 그린 것이다. 네 복음사가 중 누구도 예수님이 무덤에서 부활하는 순간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천사가 간접적으로 알렸으며, 마리아 막달레나를 비롯한 여인들과 제자들을 통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발현하셨다고 서술한다.

 

이 채색사본에는 천사의 출현도, 여인들의 등장도, 어떠한 하늘의 징조도 나타내지 않은 채 중앙에 예수님과 두 경비병 그리고 예수님 뒤로 펼쳐진 풍경이 보인다. 중앙에 예수님은 거친 돌로 만들어진 승리의 개선문 앞에 아름답게 주름진 분홍색 망토를 걸친 채 열린 관 위에 서 있다. 보통 부활한 예수님이 걸치고 있는 옷 색상은 흰색이나 영광과 승리를 상징하는 붉은색으로 표현하지만, 여기서는 붉은 계열인 분홍색이다. 분홍색 망토의 안쪽 색상은 녹색으로 영적 재생을 의미한다. 예수님의 머리에도 가시관 대신 “시들지 않는 영광의 화관”(1베드로 5,4) 녹색 월계관이 씌어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오른손은 하늘과 왼손에 잡은 가는 십자 막대와 부활 깃발을 가리키고 있다. 화가는 “우리와 비슷하게 우리 모습으로 사람을 만들자.”(창세 1,26)는 말씀처럼 예수님을 인간의 육체와 똑같이 육신의 부활을 증거 하려는 듯 부활한 예수님의 몸을 그리고 있다. 관에 우아하면서 당당하게 서 있는 예수님의 몸은 “썩지 않는 것을 입고 죽는 몸이 죽지 않는 것을 입으면, 승리가 죽음을 삼켜 버렸다”(1코린 15,54-55)는 말씀을 연상케 한다.

 

또한 파올루치는 예수님의 발 아래 석관을 제대로 보고, 예수님이 서 있는 자세를 성체거양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그림에서 우리는 가장 성대하고 엄숙하며 거룩하고 존엄한 고유 의식인 미사를 통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의 신비를 찾을 수 있다. 예수님의 발 아래는 두 명의 경비병은 놀라운 예수님의 부활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잠에 빠져 있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루카 24,16). 경비병들의 동작은 당당한 모습의 예수님과 상당히 대조적이다. 또한 그들이 들고 있던 고통과 수난의 도구였을 창은 예수님의 부활로 그 기능을 잃고 관 위에 걸쳐있다. 가는 창은 하늘에 가볍게 떠다니는 구름과 잘 정돈된 녹색 수풀을 가리키는 것이 풍경의 일부분 같다. 계속해서 뒤로 이어진 푸른 풍경은 에덴동산을 상기시키기에, 모든 피조물이 영광의 자유를 얻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관 주위에 웅크리고 눈을 감은 채 예수님 부활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비병들이지만, 이들은 곧 잠에서 깨어나 이성을 초월한 ‘부활의 신비’를 믿게 될 것이다. 그림에서처럼 예수님의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그의 시선은 땅을 바라보고 있기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고” (루카 24,31) 이들은 예수님 부활의 증거자가 될 것이다.

 

열린 관의 뚜껑을 살펴보면, 그 형태가 태양을 닮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많은 학자가 그리스도를 태양의 알레고리로 해석했듯이, 화가는 어둠(죽음)에서 빛(부활)의 모습으로 바뀐 예수님을 태양의 상징으로 본 것이다. 죽음으로부터 승리한 예수님의 부활은 새로운 시대가 인간에게 도래했음을 의미한다. “사랑은 죽음처럼 강하기”(아가 8,6) 때문에 예수님의 사랑의 힘이 죽음을 이겨낸 것이다. 예수님의 등 뒤에 펼쳐진 푸른 자연도 부활의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