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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착한 목자 - 3세기경

by 파스칼바이런 2014. 6. 6.

 

 

착한 목자 - 3세기경,

프레스코, 갈릭스투스 카타콤베, 로마.

 

 

[말씀이 있는 그림] 착한 목자

 

초대 교회 때 그리스도인들은 육신의 부활을 믿었기에 화장이나 옹기장 관습보다는 히브리인들의 매장 관습을 선호했다. 카타콤베(Catacombe)는 로마제국시대 말기에 등장한 초기 그리스도인들의 지하 무덤을 일반적으로 지칭하며, 박해 당시는 피난처로 사용되었고 은밀하게 전례를 거행할 수 있던 임시 집회 장소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리스도인들과 이교도들이 혼재되어 매장되었으나, 점차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지하 무덤을 형성해 나갔다. 이 카타콤베 내부의 벽면이나 석관 부조 위에는 죽은 사람의 이름과 매장 일자 등을 새겨놓기도 했고, 그들의 신앙 고백이나 믿음의 증표를 상징하는 이미지들과 구약과 신약성경에서 차용한 내용을 담은 서술적 이미지들을 남겨 놓았다. 신앙을 상징하는 물고기, 빵, 포도 넝쿨, 공작, 비둘기, 올리브 나뭇가지 어린양, 배 등의 이미지들이 벽면과 석관을 장식했다. 그리고 구약성경에서는 요나의 고래 이야기, 노아의 방주, 사자 동굴 속의 다니엘, 아브라함과 이삭, 착한 목자와 바위를 치는 모세, 그리고 신약성경에서는 라자로의 부활, 그리스도의 세례, 빵과 물고기의 기적 등과 같은 이야기가 선호되었다. 이 가운데 그리스도는 젊은 청년 모습이다. 이것은 헬레니즘의 전통적인 목가적 형상으로 등장하는 목자들의 모습이 ‘착한 목자’의 존재와 겹쳐진 형태이다. 또한, 영원한 젊음으로써 신성을 표현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갈릭스투스 카타콤베의 <착한 목자> 그림 중앙에 젊은 그리스도(착한 목자)는 무릎까지 내려오는 짧은 튜닉을 입고 있으며, 한 손으로 양의 두 다리를 꽉 잡고 있다. 착한 목자가 서 있는 주변으로는 양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다. 벽화는 마치 낙원의 장면을 연상시킬 정도로 한없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착한 목자의 양 옆에 양들 사이에서 두 젊은이가 힘차게 쏟아지는 물을 마시고 있다. 이 물은 생명수로 예수님을 상징한다. 바로 두 젊은이에게 원기를 주는 예수님이다. 뒤에 있는 나무들도 목자인 예수님 안에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상징한다.

 

“주님은 나의 목자, 나는 아쉬울 것 없어라. 푸른 풀밭에 나를 쉬게 하시고 잔잔한 물가로 나를 이끄시어 내 영혼에 생기를 돋우어 주시고 바른길로 나를 끌어 주시니 당신의 이름 때문이어라. 제가 비록 어둠의 골짜기를 간다 하여도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니 당신께서 저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막대와 지팡이가 저에게 위안을 줍니다.” (시편 23, 1-4) 목자는 양들을 보호하고 세상 어떤 권력과 위협도 그리스도의 손에서 앗아 갈 수 없도록 약속하신다. 착한 목자와 함께 있는 양들은 바로 그리스도에게 구원되어 낙원에서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 영혼을 상징한다. 이와 같은 착한 목자 이미지는 초기 그리스도교의 미술에서 많이 다루어진 도상 중 하나가 되었다. 이 그림은 목자를 통해 길 잃은 어린 양을 찾아내듯이,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구원받을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을 나타내고 있다. 초기 그리스도인들에게 죽음은 더는 두려움과 공포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그들을 푸른 풀밭으로 인도하는 과정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준다. 그리하여 그들은 영원토록 멸망하지 않을 것이고, 또 아무도 그들을 내 손에서 빼앗아 가지 못할 것이다.”(요한 10, 28)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