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성월 특집]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손우배 신부(예수회 후원회 위원장, 기도의 사도직 담당)]
이 성화는 초대 교회부터 전해 내려오는 작가 미상의 잘 알려진 이콘으로, 원본은 로마의 구속주회 소속인 성 알퐁소 성당에 모셔져 있다. 교황 비오 9세는 구속주회 회원들에게 ‘영원한 도움의 성모신심’을 전 세계에 전파할 것을 당부하였고, 이에 구속주회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께 드리는 9일 기도를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이 성화와 관련하여 한국에는 ‘영원한 도움의 성모 수녀회’가 있다.
어린 예수가 어느 날 자신이 앞으로 겪어야 할 수난의 도구를 들고 있는 두 천사의 환시를 보고 너무나 두려운 나머지 황급히 성모님의 품으로 달려가 안기는 모습이다. 어린 예수의 공포가 얼마나 컸던지 자신의 신발이 벗겨질 정도로 다급히 성모님의 품으로 안기었고, 어머니의 큰 손은 전율하고 있는 어린 예수의 작은 손을 포근히 감싸고 있다. (그림에서 오른쪽에 있는 천사는 가브리엘 대천사로 십자가와 못을 들고 있고, 왼쪽에 있는 천사는 미카엘 대천사로 창과 쓸개가 담긴 그릇과 해면을 잡아 맨 막대기를 들고 있다.)
예수님을 삼위일체 하느님으로 믿는 우리는 성모님을 하느님의 어머니라고 고백하고 있다. 그림에서 보듯, 삼위일체 하느님이신 예수님께서는 공포와 두려움 속에 성모님의 품에 안기어 위로와 평화를 얻고 계신다. 예수님조차 이렇듯 두려운 상황에서 당신의 어머니이신 성모 마리아의 품으로 피신하여 위로를 받으셨던 것이다. 그것은 우리 주변에서 한 아이가 두려움에 싸여 어머니의 품으로 달려드는 모습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에게는 어머니만이 자신의 유일한 안식처이므로 어머니께 절대적인 신뢰를 갖고 의탁하기에 언제든 위험과 두려움이 있을 때 어머니 품으로 달려든다.
물론 이 이콘의 사실에 근거한 역사성은 확인할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삼위일체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아무런 힘없는 갓난아기의 모습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어머니이신 마리아께 의탁한 채 그분 손에 의해 자라셨다는 것이다. 그것은 성모님께 대한 전적인 의탁과 신뢰였다. 다시 한 번 우리 주변의 갓난아이의 모습을 보자. 그들에게는 밖으로부터 오는 어떤 위험에서도 대처할 아무런 능력이 없다. 오로지 어머니 품에 안기어 그분께 의탁하고 신뢰하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 아이를 위험에서 보호한다. 어린 예수 역시 이렇듯 성모 마리아께 전적으로 의탁한 삶을 사셨으며, 자신의 두려움과 공포를 그분께 맡기고 위로를 받으셨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성화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또한 예수님과 같은 마음으로 우리의 모든 두려움과 공포 중에 성모님께 굳은 신뢰심을 가지고 의탁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그분은 언제든 우리를 어머니의 사랑으로 도와주시고 또 위로해 주실 것이다. 창조주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마저 위로를 받으셨던 그분께 우리 또한 예수님의 그러셨듯이 전적인 신뢰심을 갖고 의탁하는 것이다.
성모님의 손에 의해 아기 예수는 하느님의 아들로서 삶을 사셨다. 우리도 성모님께 전적으로 의탁하게 될 때 성모님께서는 당신이 키우신 아들처럼 우리 역시 예수님의 삶을 닮고 그분의 삶을 따르도록 도와주실 것이다. 그분이야말로 당신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께 우리를 인도해 주시는 가장 확실한 인도자이시다.
더불어 이 성화에서 인간적인 공포심에 휩싸인 어린 예수님을 성모님께서 당신의 품에 안으시고 당신의 따뜻한 사랑과 위로를 주셨던 것처럼, 우리도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는 고통과 슬픔, 두려움과 공포 그리고 고독 속에 계신 예수님을 성모님처럼 품에 안고 위로해 드리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신 예수님께 인간적인 위로를 드리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성화는 예수님처럼 우리가 고통과 두려움 중에 있을 때 성모님께 의탁하고, 고통과 고독 속에 계신 예수님을 성모님처럼 위로해드리는 두 가지 의미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냐시오의 벗들, 2014년 5월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