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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예수승천 - 586년경

by 파스칼바이런 2014. 6. 16.

 

 

예수승천 - 586년경

라불라 복음서, 필사본, 27×34㎝,

라우렌치아나 도서관, 피렌체

 

 

[말씀이 있는 그림] 하늘로 오르신 예수님

 

부활하신 예수께서는 올리브 산에서 제자들이 보는 앞에서 육신과 영혼을 지닌 채 하늘에 오른다. 예수님은 지상 생활을 마치고 하늘에 계신 성부의 오른편에 앉는다. 하느님께서는 “모든 권세와 권력과 권능과 주권 위에, 그리고 현세만이 아니라 내세에서도 불릴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나게 하신 것입니다”(에페 1,21).

 

6세기 시리아교회 에뎃사(오늘날 터키 우르파)의 주교 라불라(Rabbulla)의 복음서에 표현된 예수 승천 내용은 하늘과 땅이 분명히 구분되도록 가른다. 하늘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영광스럽게 하늘에 오르는 모습이 나타나고, 지상에는 성모 마리아를 중심으로 그 광경을 경이롭게 바라보는 제자들이 보인다. 예수님은 만돌라에 둘러싸인 채 천사들의 시중을 받으며 하늘로 오르고 있다. 다른 두 천사는 승리의 상징인 화관을 바치고 있다. 예수님의 발아래에 “네 생물의 형상이 나타나”(에제 1,5) 떠받들고 있는데, “첫째 생물은 사자 같고 둘째 생물은 황소 같았으며, 셋째 생물은 얼굴이 사람 같고 넷째 생물은 날아가는 독수리 같다. 그 네 생물은 저마다 날개를 여섯 개씩 가졌는데, 사방으로 또 안으로 눈이 가득 달려 있었다.”(묵시 4,7)

 

이스라엘의 12부족은 인간, 사자, 황소, 독수리 등 네 가지 상징으로 분류되는데, 그리스도교에서는 네 명의 복음사가인 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을 상징한다. 마태오 복음의 상징은 예수님이 사람의 아들임을 의미하여 인간 얼굴로, 마르코 복음의 상징은 세례자 요한이 광야에서 설교로 시작하기에 광야의 왕이라 할 사자로 나타낸다. 루카 복음은 번제물의 상징인 황소로 나타난다. 이는 사제 즈카르야가 지성소에 들어가 분향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요한 복음의 상징은 독수리이다. 독수리가 하늘 높이 날듯이 우리를 천상의 하느님까지 데리고 올라가는 것을 의미한다.

 

네 복음사가의 보호를 받고 있는 예수님의 동작은 승천뿐 아니라 하강의 모습도 엿보인다. 한 손은 축복을 주고 다른 한 손은 두루마리를 들고 있다. 봉인된 두루마리를 펼치는 예수님의 모습은 그야말로 “권능과 부와 지혜와 힘과 영예와 영광과 찬미를 받기에 합당하신 분”이시다.(묵시 5,12) 지상에는 올리브 산을 상기시키는 바위가 무거운 배경으로 처리돼 있다. 즈카르야의 말처럼 “그날에 주님은 예루살렘 맞은편 동쪽에 있는 올리브 산 위에 발을 딛고”(즈카 14,4) 선 후 하늘로 오르신 것이다. 바위를 뒤로 한 채 마리아와 제자들 그리고 두 명의 천사는 지상에 모여 있다. “흰 옷을 입은 두 사람”(사도 1,10)은 천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한 천사는 승천하는 예수님을 바라보는 제자들 그룹에 주의를 기울이고, 다른 한 천사는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너희를 떠나 승천하신 저 예수님께서는, 너희가 보는 앞에서 하늘로 올라가신 모습 그대로 다시 오실 것이다.”(사도 1,11)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성경은 예수님이 승천한 순간 성모 마리아의 참석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그림은 가운데 푸른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를 기도하는 자세로 등장시키고 있다. 이는 마리아가 상징적으로 지상의 교회라는 은유적 표현이다. 성모 마리아는 마치 하늘에 오른 아들 예수처럼, 그림을 바라보는 ‘감상자’를 쳐다보고 있다. 그녀는 성자 그리스도의 신비를 믿음으로 지켜보았다. 이 신비를 지켜보고 그것을 묵상하고 기도하도록 우리를 초대한다.

 

[2014년 6월 1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