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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최후의 심판 - 한스 멤링

by 파스칼바이런 2014. 11. 28.

 

 

 

 

최후의 심판 - 한스 멤링

1467년경, 패널에 유채, 221x161cm(중앙), 223,5x72,5cm(양날개), 그다니스크 국립미술관

 

 

[말씀이 있는 그림] 최후의 심판

 

한스 멤링(Hans Memling, 1435년경~1494)은 15세기 후반 브뤼헤 화단을 이끈 플랑드르 화가로 리얼리티를 우아하고 세련되게 해석하여 표현하는 특징을 가졌다.

 

멤링의 <최후의 심판> 세 폭 제단화는 영혼의 구원에 대한 관심을 조명한 작품으로, 중앙은 최후의 심판 장면이, 양쪽에는 천국과 지옥 장면이 각각 구성돼 있다. 이 작품은 메디치 가문의 영광과 발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피렌체 근방 피에솔레에 있는 바디아 성당의 타니 경당을 장식하기 위해 안젤로 타니가 주문한 것이다.

 

천상에는 심판자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성모마리아와 요한 세례자, 사도들이 자리하고 있다. 네 명의 천사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상징하는 표징(돌기둥, 십자가, 가시관, 창과 해면)들을 들고 떠 있다. 다른 세 명의 천사는 예수님의 발치에서, 다른 한 천사는 오른쪽 패널 위쪽에서 세상 종말을 알리는 나팔을 불고 있다.

 

왼쪽 패널에는 천국의 열쇠를 든 성 베드로가 천국 문으로 향하는 수정 계단으로 오르는 의인들의 영혼을 맞이하고 있고, 문 가까이 이른 이들은 천사들에게 옷을 받고 있다. 반면에, 오른쪽 패널에는 천국 문으로 가지 못한 영혼들이 지옥 불 속에 떨어져 고통을 받고 있다.

 

그리스도는 지구 위에 발을 올리고, 하늘의 왕국과 땅의 속세를 연결하는 무지개 위에 앉아 있다. 그리스도의 오른손은 의인들에게 축복을, 왼손은 악인들에게 심판을 내리고 있다. 또한 머리 위로는 자비의 상징인 백합과 심판의 상징인 시뻘건 칼이 보인다. 무지개의 양 끝에는 성모마리아와 요한 세례자가 무릎을 꿇고 인류의 중재자로 하느님께 간구하고 있다.

 

지상의 대천사 미카엘은 푸른 초원과 메마른 땅의 경계에 서서, 칼 대신 공정의 도구인 저울을 들어 최후 심판의 날에 의인과 악인의 영혼을 나누고 있다. 미카엘이 든 저울은 오른쪽과 왼쪽의 무게를 가늠할 수 있도록 두 개의 축이 교차하여 십자가 형태를 이룬다. 여기서 십자가는 이제 더는 그리스도의 수난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영광과 승리를 상징한다. 따라서 누구나 영혼의 무게는 그 결과가 구원이든, 처벌이든 이 십자가, 즉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결정되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심판자 그리스도의 모습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으로 미카엘이 중심적인 위치에 서 있다. 중세미술에서는 권좌에 앉은 재림의 그리스도가 강조되었던 점과 달리, 이 그림은 살아지은 죄와 선행을 저울질하는 미카엘이 큰 의미로 묘사되고 있다. 또한, 미카엘의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복장은 구원과 처벌의 심판을 담당하는 힘 있는 자의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미카엘 대천사가 들고 있는 저울에는 죽은 자의 상징인 벌거벗은 육체가 양쪽에 달려있다. 저울 왼쪽 접시에는 두 손을 모은 채 평온하게 기도하는 사람(의인)이 달려있고, 오른쪽 접시에는 발버둥 치는 사람(악인)이 달려있다. 가장 가벼운 영혼이 가장 악한 인간이다. 대개 한쪽에는 저울의 끝을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악마가 묘사되기도 하지만, 멤링은 양쪽 저울에 각각 죽은 자를 재는 개인 심판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왼쪽 패널 천국 문의 흉벽 위에는 곡을 연주하는 천사들이 의인의 영혼을 환영하고 있다. 문 입구 첨두형 벽에는 이브의 창조 장면이 있는데, 이는 최후의 심판과 인류의 원죄 관계를 나타낸다.

 

“아들을 믿는 사람은 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믿지 않는 자는 이미 심판을 받았다.”(요한 3,18)

 

[2014년 11월 23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