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베드로의 장모를 치유하시는 예수님 - 비잔틴 장인
1315-21년, 모자이크화, 코라 성당, 이스탄불.
[말씀이 있는 그림] 치유하시는 손길
이스탄불 구세주 성당은 코라 성당이라고도 불린다. ‘코라’는 ‘성문 밖’이란 뜻으로, 콘스탄티노플의 성벽 바깥쪽에 있어 붙여진 이름이었다. 코라 성당은 4세기에 세워졌으나 557년 지진으로 파괴되었고, 1077~81년까지 알렉시우스 1세와 콤네누스의 장모인 마리아 두카이나가 재건했다. 그러나 13세기 십자군 전쟁으로 다시 파괴된 성당은 14세기에 안드로니쿠스 2세가 재건했다. 현재 카리예 박물관이 된 코라 성당에는 성모 마리아의 생애, 예수님의 어린 시절, 예수님의 기적을 주제로 프레스코화와 모자이크가 제작되었다.
네 복음서(마태오, 마르코, 루카, 요한)의 저자들은 주로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시기 전 3년 동안 그분의 말씀과 행적들을 기록했다. 예수님은 요한 세례자에게 세례를 받으신 후,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시기 전까지 고향인 갈릴래아와 그 주변 지역을 여행하며 제자들을 모으시고 군중에게 복음을 선포하시고, 기적을 행하셨다. 대부분 기적 이야기는 카파르나움 등과 같이 갈릴래아 호숫가 주변에 있는 마을에서 일어났다. 이 모자이크는 예수님께서 카파르나움에 머무는 동안 예수님의 거처가 될 시몬 베드로와 안드레아의 집으로 가셨을 때, 열병으로 누워 있는 시몬 베드로의 장모를 치유하시는 장면이다. 오른쪽 평평한 지붕으로 만들어진 집 앞에 베드로와 그의 장모가 예수님을 향해 있다. 왼쪽 건축물은 오른쪽 건축물과 균형을 이루고, 두 건물을 연결하는 낮은 벽은 등장인물들을 강조하는 배경 역할을 한다. 가운데 예수님은 시몬 베드로의 장모에게 다가가서 허리를 굽혀 오른손으로 열병을 앓고 있는 부인의 팔목을 잡고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고 계신다. 예수님의 왼손에는 말씀(Logos)을 의미하는 두루마리를 쥐고 계신다. 예수님의 따뜻한 손길은 말씀의 힘이 작용하는 것이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날카롭습니다. 그래서 사람 속을 꿰찔러 혼과 영을 가르고 관절과 골수를 갈라, 마음의 생각과 속셈을 가려냅니다.”(히브 4,12)
예수님은 병고에 시달리는 사람에 대한 연민을 나타내기 위해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병을 낫게 하고 계신다. 열병을 앓고 있던 부인은 벌을 받아 병을 앓는 것은 아니다. “하느님의 일이 저 사람에게서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요한 9,3) 바로 예수님의 힘과 사랑이 그녀의 병고를 통해 드러나게 하려는 것이다. ‘일으켜진’ 베드로 장모의 모습은 병의 치유, 즉 ‘다시 태어났다’는 의미이다. 말씀의 힘(예수님의 손)이 베드로 장모를 거룩한 영으로 만든 것이다. 곧 열병을 앓던 부인은 일어나 예수님의 시중을 들게 된다. 예수님의 말씀이 병자나 주변 목격자들이 보고 듣는 가운데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예수님 왼쪽에는 두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젊은 요한의 모습과 몸은 예수님을 향해 있지만, 요한에게 시선을 돌린 안드레아가 있다. 오른쪽에는 시몬 베드로가 예수님을 향해 있다. 예수님은 성경 말씀을 이들이 ‘듣는 가운데서’(루카 4,21) 직접 실천하고 계신다. 열병을 앓고 있는 부인을 일으켜 병을 낫게 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병자와 시몬, 요한과 안드레아는 바로 이분이야말로 예언자들이 말한 메시아이심을 알고 그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세우게 될 것이다. 예수님의 후광 양옆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약자인 희랍어 IC, XC가 새겨져 있다.
“그는 우리의 병고를 메고 갔으며 우리의 고통을 짊어졌다.”(시편 53,4)
[2015년 2월 8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