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게 친구 / 서산대사
살아 있는 게 무언가? 숨 한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내뱉어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 마신 숨 내쉬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 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 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 것 저것도 내 것, 모두 다 내 것인 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 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쥔 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 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 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 묘향산 원적암에서 칩거하며 많은 제자를 가르치던 서산대사께서 85세의나이로 운명하기 직전 위와 같은 시를 읊고 나시어 많은 제자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잠든 듯 입적 하셨다고 합니다
서산대사(西山大師) 1520(중종 15)~1604(선조 37). 조선 중기의 승려·승병장. 속명은 최여신(崔汝信). 본관은 완산(完山). 자는 현응(玄應), 호는 청허(淸虛). 묘향산에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묘향산인(妙香山人) 또는 서산대사(西山大師)로 불린다. 휴정은 법명이다.
서산대사 ㅡ 해탈시
근심 걱정 없는 사람 누군고. 출세하기 싫은 사람 누군고. 시기 질투 없는 사람 누군고. 흉 허물없는 사람 누구겠소.
가난하다 서러워 말고 장애를 가졌다 기죽지말고 못 배웠다 주눅들지 마소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외다
가진거 많다 유세떨지 말고 건강하다 큰소리 치지 말고 명예 얻었다 목에 힘 주지 마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더이다
잠시 잠깐 다니러 온 이세상 있고 없음을 편가르지 말고 잘나고 못남을 평가하지 말고 얼기설기 어우러져 살다나 가세
다 바람같은 거라오. 뭘 그렇게 고민하오.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 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 바람이라오.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 보라일 뿐이요.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돈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 하리요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하노
내것도 아닌데 삶도 내것이라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오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그저 부질없은 욕심일 뿐.
삶에 억눌려 허리 한번 못피고 인생 계급장 이마에 붙이고 뭐 그리 잘났다고 남의 것 탐내시오.
훤한 대낮이 있으면 까만 밤하늘도 있지 않소. 낮 밤이 바뀐다고 뭐 다른게 있겠소. 살다보면 기쁜 일도 슬픈 일도 다 있는 것. 잠시 대역 연기 하는 것일 뿐. 슬픈 표정 짓는다 하여 뭐 달라 지는게 있소. 기쁜 표정 짓는다 하여 모든게 기쁜 것만은 아니오.
내 인생 네 인생 뭐 별거랍니까. 바람처럼 구름처럼 흐르고 불다 보면 멈추기도 하지 않소. 그렇게 사는 겁니다.
삶이란 한조각 구름이 일어남 이오. 죽음이란 한조각 구름이 없어 짐이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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