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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삼위일체 - 로렌조 로토

by 파스칼바이런 2015. 6. 11.

 

 

 

 

삼위일체 - 로렌조 로토

1523년경, 캔버스에 유채, 170x115cm, 아드리아노 베르나레지 미술관, 베르가모

 

 

[말씀이 있는 그림] 나를 본 사람은 곧 아버지를 뵌 것이다

 

 

로렌조 로토(Lorenzo Lotto, 1480경-1556)는 이탈리아 베르가모 지역의 삼위일체 성당을 위해 1523년경 경이로운 <삼위일체>를 그린다. 이 작품에 경이롭다는 표현은 그전까지 ‘삼위일체’를 주제로 다룬 다른 화가들의 그림과 다르기 때문이다. 삼위일체는 한 분이신 하느님께서 세 위격(位格), 즉 성부, 성자, 성령으로 계시다는 하느님의 신비를 말한다. 따라서 화가들은 삼위일체의 신비를 같은 세 사람으로 묘사하거나, 성부를 영원하신 분임을 나타내기 위해 “연로하신 분”(다니 7, 9)으로 나타내거나,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떠받치고 있는 모습 등으로 하느님에 대한 신앙을 깊게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로토의 그림에 나타난 성부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성부를 눈에 보이는 형상으로 표현했던 것과는 달리, 성부 하느님은 성자의 뒤에서 빛 모양으로 양팔을 펼쳐 올려 성자에게 축복을 주는 듯한 형상의 윤곽선만으로 표현되어 있다. 로토는 성부와 성령의 모습을 신약성경에 드러난 신학적인 기초를 토대로 묘사하고 있다. 성부의 모습은 마치 타볼산 정상에서 그리스도가 제자들 앞에서 영광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 ‘빛나는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마태 17,5)라고 말씀하신 것과 연결되고 있다. 성령은 그리스도가 요르단 강에서 요한 세례자에게 물로 세례를 받을 때,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내려오고, 하늘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마태 3,16-17)라는 소리가 들린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성령은 성자의 머리에 전통적인 비둘기 형상으로 그려져 있다. 비둘기는 힘찬 날갯짓과 빛을 발산하여 성령의 강한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다.

 

중앙에 성자 그리스도는 무지개 위에서 마치 걸어 나오는 것처럼 건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이시지만 육화된 인간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성자는 ‘하느님의 사랑하는 아들’답게 성부의 생명을 상징하는 심장 가까이 머리를 두고 있다. 이렇게 성자 그리스도의 생명은 성부 하느님의 생명과 강한 일치를 이루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는 활력과 생명력 넘치는 육체로, 십자가 위에서 구원 사명을 완수한 증표로 양손과 발, 가슴에 수난의 흔적을 드러내 보이며 그림 감상자(신앙인)를 향하고 있다. “나를 보는 사람은 나를 보내신 분을 보는 것이다. 나는 빛으로서 이 세상에 왔다.”(요한 12,45-46)

 

성부, 성자, 성령의 모습 아래 풍경은 크고 작은 언덕이 굽이굽이 연결되어 멀리까지 산이 보인다. 목가적인 풍경 속에는 양 떼와 올리브 나무에 둘러싸인 커다란 집이 언덕 위에 보인다. 하느님은 양들의 목자이며, 그 양들은 강과 강줄기, 산과 언덕들이 기뻐 환호하는 “푸른 올리브 나무가 있는 하느님의 집”(시편 52,10)을 도성처럼 살아갈 것이다.

 

하늘에 무지개는 구름과 땅 사이,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난 길을 상징한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창세 9,13) 무지개는 하느님이 인간과 맺는 계약의 표징인 것이다.

 

“그분 안에 생명이 있었으니 그 생명은 사람들의 빛이었다.”(요한 1,4)

 

[2015년 5월 31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