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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악마의 유혹 - 후앙 데 플랑데스

by 파스칼바이런 2016. 2. 20.

 

 

악마의 유혹 - 후앙 데 플랑데스

목판에 유채, 21x15.8cm, 국립미술관, 워싱턴

 

 

[말씀이 있는 그림] 악에서 구하소서

 

인적이 드물어 보이는 야산 바위 위에 앉은 예수님께서는 수도복을 입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계신다. 플랑드르 지방 출신의 화가로서 스페인 왕가의 궁정에서 활동한 후앙 데 플랑드르가 그린 예수님이 광야에서 유혹받는 장면이다. 황량한 광야에서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밤낮으로 단식하시고, 악마에게 세 번의 유혹을 받으셨다. 이 그림에는 예수님이 광야에서 악마에게 받는 세 가지 유혹의 내용을 모두 담고 있지만, 그 가운데 첫 번째 유혹을 대주제로 선택했다. 화가는 광야의 모습을 건조한 모래사막이 아니라, 단지 인적이 드문 숲이나 험한 산으로, 도시가 희미하게 보이지만 그곳과 멀리 떨어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험한 돌로 가득한 장소로 묘사하고 있다.

 

예수님 앞에 수도복을 입은 악마는 오른손으로 허리에 찬 묵주를 만지며 자신을 가장한 채, 예수님께 왼손에 든 커다란 돌을 빵 덩어리로 변화시키도록 유혹한다. 악마는 예수님께서 단식기도를 한 후 육체적으로 쇠약해짐을 이용하여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일으킬만한 질문을 던진다. 악마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예수님의 신적인 힘을 이용하여 먹을 것을 얻도록 간교를 피운다. 악마는 신성한 수도복을 입고 있으나, 그의 머리 위에 솟은 두 뿔과 발에 살짝 보이는 물갈퀴는 악마의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여기에 표현된 악마 형상처럼, ‘예수님의 유혹’ 장면에서 예수님은 분명한 기준에 따라 재현되었지만, 사탄은 갖가지 공상이 허용된 형상으로 나타났다. 사탄의 모습은 이 그림처럼, 실제 인간의 모습에 부분적으로 머리에 뿔이나, 몸에 꼬리를 달거나, 갈퀴가 난 발을 덧붙여 표현했다.

 

악마는 예수님의 권능으로 배고픈 배를 채울 수 있는 먹을 것으로 바꾸어 보라고 유혹하고 있으나, 예수님은 단호하게 손을 내저으며 악마를 외면한다. 이미 예수님은 자신의 본모습을 숨기고 거짓된 선으로 자신을 유혹하는 악마의 마음을 꿰뚫고 있는 눈치다. 화가는 예수님과 악마의 대조적인 마음을 각각 그들이 딛고 있는 푸른 풀밭과 거친 땅으로 극명하게 구분 짓고 있다.

 

그림 왼쪽 위에는 악마의 또 다른 유혹이 그려졌다. 매우 높은 산에 두 사람이 서 있다. 악마가 예수님을 산 위로 이끌고 올라가 세상의 화려함과 영광을 내려다보게 한다. 이 모든 권세와 영예를 주겠으니 자신(악마)을 공경하라고 한다. 그러나 예수님의 첫 자리는 하느님이심을 명백히 밝히신다. 그림 오른쪽 위에는 거룩한 성전 꼭대기에 예수님과 악마가 서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인다. 악마는 예수께서 이토록 높은 성전 꼭대기에서 떨어지고도 다치지 않는다면, 하느님의 아들이라고 환호할 것이라고 유혹한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고 악마에게 경고하신다.

 

우리는 생활에서 작게는 물질적인 유혹부터 세상의 권력과 영광에 대한 유혹, 신앙의 유혹에 빠질 수 있다. 이러한 유혹을 이기는 방법은 말씀 안에서 기도하는 것일 것이다.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2016년 2월 14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