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판관 이야기 (4)
다섯 번째 판관은 기드온(Gideon)이다. 그는 평범한 농부였다. 왼손잡이 판관과 여자 판관에 이어 보통사람 판관이 등장한 것이다. 빈약한 가문에 배경도 약했다. 하지만 주님께서 뽑으셨기에 위대한 기드온이 될 수 있었다. 그가 300명 병사로 미디안을 물리친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이름을 딴 단체와 조직도 후대에 많이 생겨났다. 소수정예로 큰일에 도전하겠다는 취지다.
그가 등장할 때 이스라엘은 미디안 족 압제 아래 있었다. 원래이들 본거지는 남쪽의 아라비아 반도였다. 기드온 시대엔 요르단 동편까지 올라왔고 틈만 나면 히브리인을 괴롭혔다. 그들의 침략으로 이스라엘은 초토화되어갔다. 백성들은 산속 동굴이나 도피처를 만들어 피신하곤 했다. 이스라엘의 울부짖음에 주님께서 기드온을 부르셨던 것이다.
당시 기드온은 밀 이삭을 떨고 있었다. 대놓고 타작하면 미디안 족에게 털릴 것 같기에 숨어서 떨고 있었다. 포도즙 짜는 곳간 안이었다. 그런 기드온을 힘센 용사라 격려하며 천사는 접촉했다(판관 6,12). 그리곤 미디안을 누르고 이스라엘을 구원하라 명한다. 당연히 기드온은 망설인다. 자신 없다며 물러선다. 주님께서 함께하신다고 하자 표징을 요구했다. 철없는 요구였지만 주님께선 들어주신다. 제물로 바친 고기가 불에 타는 기적을 보여주신 것이다. 이렇게 해서 기드온은 선택받았음을 깨닫게 된다.
첫 작업은 마을의 바알 제단을 부순 일이다. 낮에는 못하고 밤에 했다. 사람들이 몰려와 제지할 걸 생각한 것이다. 아직은 실권이 없는 기드온이었다. 날이 밝자 부서진 제단을 사람들이 봤다. 기드온을 죽이려 들자 아버지가 나섰다. ‘바알이 살아 있다면 직접 나와 보시오.’ 바알 신이 존재한다면 그렇게 되도록 가만 뒀겠느냐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답 못했다. 이렇게 해서 여루빠알(Jerub-Baal)이란 별칭을 얻었다. 바알에 맞선 자란 뜻이다. 주님의 영이 기드온과 함께 있음을 사람들이 안 것이다.
마침내 미디안과의 전투가 있었다. 지원자는 많았지만 300명 소수 정예만 남겼다. 상대는 12만이 넘는 대군이었다(판관 8,10). 하지만 주님께서 개입하셨기에 숫자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승리 후 기드온은 왕으로 추대된다. 당연한 추대다. 하지만 거절한다. 자신의 위치를 잊지 않았던 것이다. 기드온이 위대한 판관으로 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2016년 7월 31일 연중 제18주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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