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판관 이야기 (6)
아홉 번째 판관 입찬(Ibzan)은 자녀가 많았다. 30명의 아들과 30명의 딸이 있었다. 외동딸만 있던 입타완 대조적이다. 판관기는 60명 자녀들의 배우자를 일가 밖에서 데려왔다고 전한다(판관 12,9). 일가 밖이란 표현을 이방인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대체로 타 지파 사람으로 보고 있다. 아들딸을 모두 타 지파에 혼인시켰다면 의도적인 행위다. 지파 간 유대 강화를 위한 혼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재력과 수완이 넘쳤다는 말도 된다. 입찬은 7년간 판관으로 있었다. 생애 마지막 7년이었다. 우호적 부족들이 그를 판관으로 추대했을 것이다.
열 번째 판관 엘론(Elon)은 10년간 판관으로 있었다. 즈불룬 지파였고 죽은 뒤 즈불룬 땅 아얄론에 묻혔다는 기록이 전부다. 짧은 기록에도 즈불룬은 3번 등장한다. 야곱과 레아 사이의 10번째 아들이 즈불룬이다. 하지만 라헬이 낳은 11번째 아들 요셉의 그늘에 늘 가려져 있었다. 그래서 강조한 것인지 모른다. 아얄론(Ajalon)은 예루살렘과 지중해 항구도시 텔아비브 사이에 있는 고원지대(분지)다. 현재의 중심도시는 얄로(Yalo)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발현하셨던 엠마오 역시 아얄론 분지에 있다.
11번째 판관은 압돈(Abdon)이다. 40명의 아들과 30명의 손자가 있었는데 나귀를 타고 다녔다고 전한다(판관 12,14). 유목사회에서 나귀는 화려한 교통수단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외제승용차를 몰고 다닌 셈이다. 재력가였음을 암시한다. 그런 이유로 판관에 추대되었을 것이다. 어떻든 아들과 손자까지 부를 누리게 했으니 대단한 아버지요 할아버지였다.
압돈은 피르아톤(Pirathon) 사람 힐렐의 아들로 소개된다. 소속 지파는 빠지고 인맥과 지연만 드러내고 있다. 그만큼 속화되었다는 표현이다. 피르아톤은 이스라엘 중앙을 관통하는 에프라임 산악지대 도시다. 나블루스(Nablus) 인근의 파라타(Farata)로 추정하고 있다. 다윗군대 장수였던 브나야의 고향이기도 하다(2사무 23,30). 압돈은 에프라임 지파였고 여덟 해를 판관으로 살다 숨졌다. 입타 이후 이스라엘을 괴롭히는 이방민족은 없었다. 그런 까닭에 특별한 사건은 없었고 기록 역시 단순하다. 입찬, 엘론, 압돈, 세 판관은 이 시대의 사법 책임자였을 것이다. 세 판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2명을 맞추기 위해 그들이 선택되었을 뿐이다. 12번째 판관 삼손이 등장할 때 이스라엘은 필리스티아인 속국으로 등장하게 된다.
[2016년 8월 14일 가톨릭마산 14면,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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