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사울 이야기 (2)
사울은 왕이 되었지만 평생 전쟁을 치르다 전쟁터에서 죽었다. 판관과 마찬가지로 그의 역할은 외부침략을 방어하는 데 있었다. 당시 이스라엘은 지파별로 전투병을 뽑았고 모두 지원병이었다. 사울은 이들을 규합해 필리스티아인과 싸웠고 중앙의 산악지대로 몰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왕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사무엘은 다윗을 몰래 선택했고 임금으로 기름 부었다(1사무 16,13). 두 번째 왕으로 선언한 것이다. 물론 공적 선언은 아니었다. 어찌하여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무엘기는 두 가지 전승(傳承)을 전한다.
첫째는 전쟁터에서 사울이 제물을 바치며 제사를 드린 일이다(1사무 13,9). 사제였던 사무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군사들의 사기가 떨어지자 사울은 번제물을 바치며 격려했던 것이다. 사무엘은 이 일로 사울의 왕위를 거론했다. 두 번째는 아말렉과 싸운 후 사무엘의 예언을 실행하지 않은 일이었다. 아말렉을 섬멸할 때 남자와 여자아이와 젖먹이 소 떼와 양 떼 모두 없애라는 것이었다(1사무 15,3). 그런데 사울은 제사의 번제물로 바치려고 좋은 양과 소를 남겨 두었던 것이다(1사무 15,21). 이후 사울과 사무엘은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된다. 사무엘은 다윗을 만나 기름을 붓고 왕으로 선언했다.
하지만 사울에겐 사무엘의 도움이 필요했다. 지파들의 지지를 위해선 그의 중재가 절실했던 것이다. 그러나 사무엘은 사울의 퇴진을 압박하다 숨을 거둔다. 어수선한 시국을 틈타 필리스티아인이 다시 이스라엘을 공격해왔다. 상황은 어려웠다. 내분으로 힘은 분산되었고 결정타를 가할 군대는 없었다. 쇄도하는 적을 방치할 순 없는 일이었다. 사울은 길보아 산 위로 군대를 집결시키고 직접 전투에 나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다. 필리스티아인은 사울의 시체를 확인하곤 벳산(Bethshan)요새 성벽에 달아 놨다. 야베스 길앗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시신을 수습해 장사지냈다. 그들은 7일간 단식하며 슬퍼했다(1사무 31,13). 그만큼 사울의 죽음을 애석해했던 것이다.
사울은 다윗과의 관계에서 옹졸한 사람으로 표현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군사적 영웅이었다. 숱한 전투에서 뛰어난 역량을 드러냈고 부하들을 앞서가는 진정한 리더였다. 필리스티아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그들의 침략을 끈질기게 막아냈다. 서른 살에 임금이 되었고(1사무 13,1) 40년간 다스렸다(사도13,21). 사무엘기 상권은 사울의 죽음으로 끝난다.
[2016년 10월 2일 연중 제27주일(군인주일)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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