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세계] 다윗 이야기 (1)
사무엘은 사울이 살아 있을 때 다윗에게 기름을 붓고 왕으로 공인했다. 현직 왕이 버젓이 살아있는데 왜 그렇게 했을까? 새판을 짜고 싶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사울 이전의 판관이었다. 그런데 민중의 성화에 밀려 왕을 뽑고 자리를 내줬다. 당연히 왕을 자신의 권위 아래 두고 싶어 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울은 군사력을 바탕으로 독자 노선을 굳힌다. 전투 중에는 사기 진작을 위해 번제물을 바치기도 했다(1사무 13,9). 제관만이 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사울은 호된 질책을 듣는다. 이후 사무엘은 새 임금을 물색했다. 다윗의 선택이다. 당연히 다윗은 사울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주님께 의지하는 신앙인으로 바뀌어 간다.
다윗이 성경 무대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대략 세 가지다. 첫째는 사무엘이 베들레헴 족장 이사이를 찾아가 막내아들 다윗에게 기름 붓는 장면이다(1사무 16,13). 이사이도 다윗도 사무엘의 방문을 전혀 예측 못 했다. 이 일이 있기 전 사울은 사무엘의 질책과 함께 왕위가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1사무 15,23). 아말렉 전투에서 헤렘(herem) 법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 헤렘은 없앤다는 뜻의 히브리말이다. 전쟁 노획물에서 살아있는 것은 모두 죽이고 태울 수 있는 것은 전부 태우고 보물은 성소의 금고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울은 아말렉 임금을 죽이지 않았고 몇몇 짐승을 남겨 두었던 것이다(1사무 15,9).
두 번째는 다윗이 비파 연주자로 발탁되었다는 기록이다(1사무 16,19). 악령에 시달리던 사울을 위한 조치였다. 당시 음악은 오락을 위한 수단만은 아니었다. 주술적 힘이 그 안에 있다고 믿던 시대였다. 그래서 다윗이 선택된 것이다. 사울은 불면증이나 신경쇠약 때문에 힘들어 했던 것은 아니다. 원인은 악한 영이었다(1사무 16,14). 다윗의 임무는 비파를 타며 악령을 쫓아내는 주술사 역할이었다.
고대 중동에는 많은 주술사들이 교육을 통해 배출되었다. 비파 연주는 주술의 일종이었던 셈이다. 다윗도 비파 연주와 함께 악령 쫓는 법을 배웠을 것이다. 비파 실력만으론 궁중에 불려갔을 리 없기 때문이다. 다윗은 언제 어디에서 왜 비파 타는 주술을 익혔을까? 성경에는 답이 없다. 아무튼 다윗 출현의 두 번째 배경은 비파 연주였다. 감미로운 음악 연주가 아니라 악령을 쫓는 주술의 연주였다.
[2016년 11월 20일 그리스도 왕 대축일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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