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성경의 세계] 다윗과 밧 세바 (1)

by 파스칼바이런 2017. 1. 17.

[성경의 세계] 다윗과 밧 세바 (1)

 

 

 

 

마태오복음은 유대인을 염두에 두고 기록되었다. 히브리인에게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선포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 1장부터 그분의 족보를 등장시킨다. 왕족 다윗 가문임을 내세우기 위해서다. 그런데 다윗은 후계자 솔로몬을 우리야의 아내에게서 낳았다고 되어 있다(마태 1,7). 이 여인이 밧 세바다. 부친 엘리암은(2사무 11,3) 다윗의 정예부대였던 30인 용사 중 한 사람이었다(2사무 23.34). 우리야 역시 30인 용사에 속했고 히타이트 출신이었다(2사무 23,39).

 

히타이트(Hittites)는 오늘날의 터키 동부 지역과 메소포타미아 북부에 걸쳐있던 고대 국가다. 우리야는 이방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히브리 여인을 아내로 맞고 왕궁 가까이 살았다. 일찍부터 다윗을 추종하며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는 증거다. 그만큼 충성심 강한 용사였을 것이다. 우리야는 불꽃을 뜻하는 우르와 야흐(야훼)의 합성어다. 직역하면 불꽃야훼로 야훼의 불길이란 의미다. 이름에서 맹렬한 사나이란 느낌이 묻어난다.

 

밧 세바가 다윗을 만난 계기는 목욕이다. 목욕하는 그녀를 우연히 보게 되어 가까이했다고 성경은 전한다(2사무 11,4). 하지만 다윗은 밧 세바를 전혀 모르진 않았을 것이다. 정예부대 30인 용사로 왕궁 가까이 사는 충신의 아내를 몰랐을 리 없다. 목욕하는 모습에서 욕정을 느껴 부른 건 아니라는 말이다. 왕궁에는 여인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밧 세바의 어떤 모습이 다윗을 끌어당겼을까? 그녀는 아히토펠의 손녀다. 아히토펠은 다윗의 브레인으로 뛰어난 책략가였다(2사무 16,23). 밧 세바에게도 그런 기질이 있었고 다윗은 그 모습에 끌렸을 것이다.

 

밧 세바가 임신하자 다윗은 우리야를 불러 아내와 잠자리에 들게 한다. 사건을 덮으려는 의도였다. 우리야는 응하지 않았다. 전투 중엔 금욕해야 하는 전통을 고집한 것이다. 임금이 술 취하게 해서 보냈지만 여전히 가지 않았다. 우직하고 완강한 외국인 장수였다. 그런데도 유다의 상류층에 남을 수 있었던 건 밧 세바 힘이 아니었을까? 다윗의 여자가 된 밧 세바는 아들 솔로몬을 후계자로 만든다. 장남은 살해되고 둘째는 일찍 죽고 셋째도 제거되고 넷째 왕자가 아도니야였는데 제친 것이다. 밧 세바의 힘이었다. 그녀는 나탄을 포섭했다. 왕의 범죄를 꾸짖던 예언자였다. 다윗에겐 아킬레스건이었던 분을 포섭한 것이다. 아도니야가 요압과 손잡고 후계자 위치를 굳힐 때 나탄은 전면에 나서 밧 세바를 도왔다(1열왕 1,12). 다윗 아내는 8명이고 밧 세바는 8번째였다. 그런데도 왕궁을 장악했다. 밧 세바는 평범한 여인이 아니었던 것이다.

 

 [2017년 1월 1일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신은근 바오로 신부(의령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