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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모든 성인 대축일

by 파스칼바이런 2020. 11. 2.

[생활속의 복음] 모든 성인 대축일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는 사람, 성인

가톨릭평화신문 2020.11.01 발행 [1586호]

 

 

 

▲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모든 성인 대축일은 천국에 있는 모든 성인을 기억하며 하느님과 함께 영광을 누리는 성인들의 모범을 본받고자 다짐하는 날입니다. 또한, 전례력으로 한 해의 마지막인 11월 위령 성월은 먼저 세상을 떠난 이들을 위해 기도하며 지난 한 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올해는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여전히 우려가 깊습니다. 하루빨리 우리 모두가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하기를 기도합니다.

 

오늘 복음은 ‘행복 선언’입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행복은 세상의 기준과는 다릅니다. 여러분은 행복하십니까? 성인들은 생전에 행복한 분들이었습니다. 그분들은 왜 행복했을까요? 삶의 근본적인 의미를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께 달려 있음을 알기에 오직 하느님께 모든 것을 의탁하였습니다. 자기 생명조차도 하느님께서 주신 것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산상설교의 행복선언은 하느님의 구원과 은총에 힘입은 사람들이 이 세상 한가운데서 하느님 나라를 추구하는 삶의 근본 지향과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에 관심이 없는 사람은 행복이 부귀와 권세, 그리고 세상의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의 의미를 잘 깨닫는 이들은 세상이 말하는 그 행복이라는 것이 세월만 지나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잘 압니다. 산상설교에서 끊임없이 강조하는 것은 바로 우리가 세상 사람과는 달라야 한다는 점입니다. 기본적인 사고방식과 가치관, 사물을 보는 시각이 달라야 합니다.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돈, 명예, 성공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그 이상을 추구합니다.

 

가난한 사람은 단순하고 소박한 마음과 겸손하고 온유하고 깨끗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 가난한 마음은 하느님만 의지하며 사는 삶입니다. 그래서 그리스도교인은 언제나 감사하며 고통 앞에서도 하느님께 희망을 둡니다. 우리가 남에게 온유하고 자비를 베풀며, 평화를 위하여 일하는 삶을 살아간다면 하느님을 뵙고, 하느님 나라를 차지하고 행복을 얻을 것입니다.

 

삶이란 유한하지만 사라질 운명을 간직한 것은 아닙니다. 모든 삶은 끝을 맞이하지만, 하느님께서 그 삶을 품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참새 한 마리도 당신의 뜻 없이 떨어지지 않는 것처럼 그렇게 우리의 삶을 품어 안으신 분이 하느님이십니다. 그 하늘나라를 향한 염원이 우리를 향해 성인들이 피 흘려 말하고 싶었던 것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성인들은 우리에게 사라질 운명이 슬픈 것이 아니라 영원을 향한 갈망 없음이 진정한 슬픔이라고 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