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야곱 (1) 함원식 이사야 신부(안계 본당 주임)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뒤를 이은 세 번째 성조(聖祖)이자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이름이 그로부터 비롯된 인물 야곱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야곱의 탄생부터 말씀드리자면, 그의 어머니 레베카도 할머니 사라와 마찬가지로 불임의 몸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께서 아내를 위한 이사악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셔서 에사우와 야곱이 태어나게 됩니다(창세 25,21). 이것은 야곱의 탄생이 특별한 사건임과 동시에 생명은 오직 하느님만이 주관하심을 보여줍니다.
오늘날도 그렇지만 고대에는 이름을 짓는 것이 특히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이름이 그 사람의 운명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름을 지을 때는 일반적으로 기원이나 축복을 담아서 지었습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에사우는 그 신체적 특성을 따라서, 야곱은 그가 태어날 때 한 행위를 따라서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에사우는 피부가 붉고 털이 많은 외모 때문에 지어진 이름입니다. 그의 후손들이 자리 잡은 에돔은 붉다는 의미를 지닌 ‘아돔’과, 에돔의 중심 지역인 세이르는 털이 많다는 의미를 지닌 ‘세아르’와 어원이 같습니다. 그리고 에사우의 발을 잡고 태어난 야곱의 이름은 발뒤꿈치를 뜻하는 ‘아케브’와 어원이 같습니다.
고대 사회에서는 쌍둥이를 금기시해서 아이 가운데 하나를 버리거나 살해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잔인한 일이지만, 나이 차가 나지 않는 대등한 관계 사이의 지나친 경쟁으로 더 불행한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막으려는 불가피한 조치로 여겨졌습니다. 이런 우려가 근거 없지는 않았던지 에사우와 야곱 사이에도 결국 사단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레베카는 야곱을 살리기 위해 친정 오빠 라반에게 피신시키게 되지요.
우리말 성경 25,27은 야곱이 온순했다고 합니다. “에사우는 솜씨 좋은 사냥꾼 곧 들사람이 되고, 야곱은 온순한 사람으로 천막에서 살았다.” 그런데 야곱이 앞으로 할 일들을 보면 이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온순’으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탐’인데, 이것은 아랍어 ‘팀’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팀’은 ‘가사 일을 좋아하는’ 정도로 번역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번역하면 야곱과 들에서 사냥하는 일을 좋아하는 에사우와의 대비가 확실해집니다.
그런데 비록 야곱과 에사우가 태어나면서부터 경쟁 관계에 있었다 해도,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그들 사이의 갈등이 커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2020년 10월 25일 연중 제30주일 가톨릭안동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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