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4주일-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기에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0.12.20 발행 [1593호]
인생에 대한 격언 중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인생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 10%, 그리고 그 일에 대한 나의 반응이 90%를 차지한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어떤가에 따라 ‘좋은 날’과 ‘나쁜 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부정적인 태도로 불평불만을 잔뜩 늘어놓는 사람은 자기 삶을 불행으로 가득 채웁니다. 반면 긍정적인 태도로 매사에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자기 삶을 행복으로 가득 채우게 됩니다. 삶을 긍정적인 태도로 바라보려면 하느님의 사랑에 대한 ‘믿음’을 지녀야 합니다.
오늘 복음은 마리아가 지녔던 ‘믿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를 찾아가, 그녀가 처녀의 몸으로 아이를 잉태하게 되리라고 알려줍니다. 마리아가 아직 ‘남자를 알지 못하는’ 처녀라는 점에서, 예수님의 잉태는 인간의 능력으로 이루어진 평범한 일이 아니라,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불가능의 영역’에 하느님의 은총과 섭리가 작용한 놀라운 사건임이 드러납니다. 우리를 너무나 사랑하신 하느님께서 우리를 구원하시려는 ‘당신의 뜻’을 이루고자 인간 역사 안에 직접 개입하신 것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뜻은 인간의 부족한 이성으로는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고, 인간의 약하고 부족한 의지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버거운 ‘신비’입니다. 마리아도 그 점을 분명히 느끼고 있었기에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는지’ 조심스레 묻습니다. 그러자 가브리엘 천사는 단호하고도 분명한 어조로 다음과 같이 말하며 마리아를 안심시키지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
하느님은 불가능을 모르시는 ‘전능하신’ 분이시므로, 그분의 뜻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없을지를 인간의 부족한 이성으로 감히 판단하려고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또, 인간의 부족함과 약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시는 하느님께서 그 부분을 알아서 채워주실 테니, 자신이 하느님께 받은 소명을 잘해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인간적인’ 두려움이나 불안함을 갖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말에 위로와 확신을 얻은 마리아는 자신의 전 존재를 하느님께 적극적으로 내어 맡기면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자신을 하느님의 겸손한 ‘종’으로써 이 세상에서 그분의 뜻을 이루는 도구로 쓰이기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마리아의 순종으로, 이 세상은 하느님 나라를 얻었고, 인간은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존재가 됐습니다.또한 마리아 자신은 가브리엘 천사가 선포한 대로 사람이 되신 하느님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분의 뜻이 이뤄지는 모습을 목격하고 체험한 “은총이 가득한 여인”이 되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사람이 되신 것은 부족한 인간이 그분의 뜻에 순명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각자 지닌 약점과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고 따를 때 비로소 이 세상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참된 기쁨과 행복이 넘치는 ‘하느님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하느님은 ‘불임’인 여인들의 몸에서, 심지어 ‘처녀’인 여인의 몸에서도 생명의 싹을 틔우시는, ‘불가능을 모르시는’ 전능하신 분이십니다. 그럼에도 그분의 뜻을따를 기회가 있을 때, 그분께서 맡겨주신 소명을 실행할 때가 닥쳤을 때, ‘난 능력이 없어서 안 된다’, ‘난 시간 여유가 없어서 못 한다’며 뒷걸음질을 친다면 그것은 하느님의 ‘전능하심’을 불신하는 일이겠지요.
“하느님께는 불가능한 일이 없다”는 굳은 믿음을 가지고, 하느님의 뜻이 나를 통해 이루어지도록 자기 자신을, 내 재물과 능력과 시간을 하느님께 기꺼이 봉헌하는 것. 그것이 ‘사랑으로 하느님을 잉태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며, 내 삶을 참된 기쁨과 행복으로 채우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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