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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선두 경쟁… 녹십자는 충전·포장만, SK바이오는 생산까지 가능

by 파스칼바이런 2021. 3. 16.

코로나 백신 선두 경쟁… 녹십자는 충전·포장만, SK바이오는 생산까지 가능

“기존 백신과 다른 기술 필요한 mRNA 백신… 녹십자, 원액 생산 맡기 어려워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l 2021.03.05 14:25

 

 

 

 

정부가 GC녹십자를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유통·허가 전담 기업으로 선정하면서 향후 위탁생산에 대한 기대 또한 높아지고 있다. 사실상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코로나19 백신 사업을 독점하고 있는 가운데, GC녹십자가 모더나 백신 유통·허가에 이어 생산권까지 따내며 ‘백신명가’ 타이틀을 지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업계는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mRNA 백신인 모더나 백신 특성 상 GC녹십자가 완제 공정 외에 원액 생산 등 모든 백신 생산 공정을 맡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녹십자, 모더나 백신 위탁생산 맡기 어려울 수도

 

GC녹십자는 지난 4일 모더나·질병관리청과 계약에 따라 미국 제약사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4000만 도즈를 국내 유통한다고 밝혔다. 모더나의 경우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와 달리 국내 법인이 없어, 유통과 허가 과정을 대행해줄 국내 기업이 필요하다. GC녹십자는 향후 모더나와 질병관리청 지원 속에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mRNA-1273’의 국내 허가 절차와 유통을 전담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은 해외에서 생산된 모더나 백신 완제품의 국내 허가·유통을 위한 것으로, 아직까지 국내 위탁생산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지난해 백신 공급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모더나 스테판 반셀 최고경영자(CEO)가 국내 기업과 위탁생산을 위한 협력 가능성을 언급했으나, 공식적으로 밝혀진 논의 내용이나 계약은 없는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는 녹십자가 유통·허가에 이어 위탁생산권까지 따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모더나가 녹십자의 백신 사업 능력을 높이 평가한 만큼, 추후 위탁생산 기업 선정에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다. GC녹십자 측은 이와 관련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녹십자가 위탁생산권을 따내더라도 원액 생산부터 완제 공정까지 전체 공정을 맡긴 어려울 수 있다. mRNA 백신 특성 상 원액 생산을 위해서는 기존 백신과 전혀 다른 새로운 기술·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모더나가 직접 국내에 백신 공장을 설립할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모더나가 GC녹십자에게 위탁생산을 맡긴다면, 완제공정(생산된 백신 용액을 바이알·주사기에 충전하는 과정)만 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원액생산이 가능한 기업과 협력하거나, 모더나가 국내 공장을 설립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사업, 사실상 SK바이오사이언스 완승?

 

‘백신명가’는 GC녹십자를 대표하는 수식어다. 1983년 전 세계 세 번째로 B형 간염 백신을 개발한 GC녹십자는 이후 약 40년 간 수두, 독감을 비롯한 여러 전염병·질환의 백신을 개발하며 백신 분야에서 선구자적 행보를 이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만 놓고 보면 이 같은 수식어가 다소 무색해진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 사업에서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보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는 지난달 열린 IPO 기자간담회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수준의 백신·첨단 바이오 생산 기술, 공정 플랫폼을 모두 갖춘 국내 유일 기업”이라며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외에 다른 회사에서도 적극적인 요청을 받고 있는 만큼, 추가 계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위탁생산·유통, 기술 이전 등 코로나19 백신 사업에서 다방면으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국내 접종이 시작된 아스트라제네카부터 화이자, 노바백스, 얀센 백신, 코백스 퍼실리티(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백신 물량 등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함으로써, 사실상 모더나를 제외한 모든 백신의 국내 유통·관리를 맡았다. 노바백스의 경우, 기술 이전 계약에 따라 합성항원 방식의 코로나19 백신 ‘NVX-CoV2373’을 국내에서 독점 생산·허가·판매하는 권리를 모두 보유하게 됐다. 이와 별도로 NBP2001GBP510 등 두 가지 후보물질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는 등 자체 백신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GC녹십자의 경우, 이번 모더나 백신 유통·허가 전담 계약 전 CEPI(감염병혁신연합)와 백신 위탁생산 계약 체결을 통해 CEPI가 공급하는 백신 물량에 대한 위탁생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이 역시 완제공정을 맡는 것으로, 백신 원액 생산까지 전체 공정을 맡는다고 보긴 어렵다. 백신 개발부터 위탁생산, 유통, 기술 이전 등 전반에 걸쳐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는 여러모로 비교되는 대목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번 달 상장 후 본격적인 사업 확장을 예고한 만큼, 두 백신 회사 간 경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안재용 대표는 “(상장을 통해)회사로 유입되는 자금은 1조원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시설 투자에 4000억원, 플랫폼 기술 확보에 1000억원, 글로컬라이제이션(글로벌과 로컬라이제이션의 합성어)에 500~1000억원,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 등 R&D에 1500~2000억원을 활용하고, 남은 자금은 운영 자금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