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복음] 연중 제23주일- 희망을 주시는 하느님 가톨릭평화신문 2021.09.05 발행 [1628호]
쥐를 깜깜한 상자에 가둬두면 3시간 안에 죽는다고 합니다. 하지만 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어서 빛이 들어오게 하면 3일 이상을 버틴답니다. 한 줄기 작은 빛이 쥐에게 생존의 희망을 주기 때문입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엄청난 역경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끈이라도 있으면 살아갈 힘을 얻습니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지만, 그들이 저지른 불충으로 많은 고난을 겪습니다. 가장 큰 고난은 기원전 587년에 바빌론 제국이 예루살렘을 침공하여 모든 것을 파괴하고 주민들 대부분을 바빌론으로 끌고 간 사건이었습니다. 바빌론 유배 중의 이스라엘 백성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실의에 빠진 당신 백성에게 한 줄기 희망의 빛을 비추어주십니다. 오늘 제1독서의 말씀처럼 구원의 약속을 해주신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억압자의 손에서 너희를 구원해 줄 것이다. 모든 고통에서 해방되고 육신의 병까지도 치유되어 눈먼 이들이 보고, 귀먹은 이들이 듣고, 다리 저는 이들이 걷고, 말 못하는 이들이 말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다.’
이사야 예언자가 전한 하느님의 약속은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예수님을 통해 실현되기 시작합니다. 오늘 복음이 전하는 것처럼 예수님은 귀먹고 말 더듬는 사람을 고쳐주셔서 듣고 말하게 해주십니다. 또한, 중풍 병자를 고쳐주시어 걷게 하시고(마르 2,1-12), 눈먼 이를 치유해 주십니다.(마르 10,46-52) 예수님은 이사야 예언을 실현하심으로써 “목자 없는 양들”(마르 6,34)과 같은 백성에게 하느님의 나라에 대한 희망을 심어주신 것입니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느님의 나라가 완성되면,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원수, 우리를 괴롭히는 온갖 고통이 사라지고 행복이 충만하게 됩니다. 요한 묵시록이 아름답게 표현하였듯이, ‘하느님께서 사람들 눈에서 모든 눈물을 닦아 주시고, 다시는 죽음도 없고, 슬픔도 울부짖음도 괴로움도 없게 될 것입니다.’(묵시 21,3-4 참조) 예수님과 함께 시작된 하느님의 나라는 세상 끝 날에 완성됩니다. 초기 교회 신앙인들은 하느님 나라가 곧 오리라는 희망 속에서 수많은 역경과 박해를 견뎌냈습니다. 한국의 순교자들도 천국에 대한 희망으로 온갖 환난과 핍박을 이겨냈습니다.
예수님은 당신을 통해 이미 이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하느님 나라가 당신의 몸인 교회 안에서 지속되기를 원하십니다. 교회 안에서 하느님의 은총으로 영혼과 육신의 병고가 극복되기 시작하고, 그 은총에 응답한 이들을 통해 가난을 비롯한 부당한 차별(제2독서)이 극복되기 시작된다면, 교회는 이미 이 세상에서 하느님 나라의 맛과 분위기가 풍기는 공동체가 되는 것입니다. 교회가 그런 공동체로 변화되어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희망의 등대가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마음을 모으고 힘을 합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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