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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하느님 뭐라꼬예?] 율법에 대한 순종 - 사랑

by 파스칼바이런 2022. 2. 16.

[하느님 뭐라꼬예?] 율법에 대한 순종 - 사랑

조현권 스테파노 신부(대구대교구 사무처장)

 

 

신명기에 들어가며

 

총 34장으로 구성된 신명기는 이스라엘 백성이 이집트에서 탈출한 후의 연장선에 있습니다. 모세가 40년에 걸쳐 광야에서 떠돌다 약속의 땅을 눈앞에 두고 운명할 때까지의 이야기가 그것이지요. 그중 12-26장은 법전의 규정들을 담고 있는데, 여기서 신명기라는 이름이 유래합니다. 결정적인 구절은 “임금은 왕위에 오르면, 레위인 사제들 앞에서 이 율법의 사본을 책에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자기 곁에 두고 평생토록 날마다 읽으면서, 주 자기 하느님을 경외하는 법을 배우고, 이 율법의 모든 말씀과 이 규정을 명심하여 실천해야 한다.”(신명 17,18-19)는 말씀입니다.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말로 번역할 때 이 말씀에 나오는 ‘율법의 사본’이란 표현을 ‘도이테로노미온’(deuteronomion), 곧 ‘두 번째 법’이라고 하였습니다. 그에 따라 우리나라도 ‘거듭 내리는 명령’이라는 뜻으로 ‘신명기’(申命記)라 칭하게 되었습니다.

 

신명기의 초본이 처음 기록된 시기는 적어도 기원전 7세기 전반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열왕기 후서의 기록에 따른 것인데, 예루살렘 성전에서 ‘율법서’ 또는 ‘계약의 책’을 발견한 요시야 임금이 거기에 언급된 경고에 따라 장엄하게 계약을 갱신하고 종교 개혁을 선포한 시점이 그의 재위 18년 곧 기원전 622년경이라는 것입니다.

 

신명기가 주로 설교하는 율법은 때로는 이스라엘 자손 개개인을, 때로는 이스라엘 백성 전체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이스라엘 백성이 (자신의 삶 안에서 이집트에서 탈출할 때의 기억을 소중히 간직하면서) 주기적으로 계약을 갱신하는 전례를 거행해야 한다는 규정을 많이 담고 있습니다. 이러한 면에서 신명기는 하느님에 대한 신앙과 공동체 생활에 있어서의 지침을 수록한 중요한 ‘문서고’이자, 온 백성이 모여 율법의 선포를 듣고 그것을 실천하기로 다짐하는 계약갱신의 전례에서 자주 봉독된 ‘전례서’라 할 것입니다.

 

“성경의 모든 증언 가운데에서 신명기는 신학적으로 성숙하고 균형 잡히고 살아 있는 윤리를 재발견하는 데에 더없이 중요한 기초를 제공해 준다.”(주석성경 구약, ‘신명기 입문’, 439쪽) 이 문장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신명기가 왜 여전히 중요한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모세오경의 마지막 권인 신명기의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으신 말씀을 살펴봅니다.

 

쉐마 이스라엘

 

“이스라엘아, 들어라! 주 우리 하느님은 한 분이신 주님이시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신명 6,4-5)

 

첫 구절에 나오는 “이스라엘아 들으라!”는 말은 히브리말로 “쉐마 이스라엘!”이라고 하는데, 이는 이스라엘 백성이 전례집회 때 사용되던 전통적인 선포형식으로 보입니다. 유대인들에게는 옛부터 ‘쉐마 이스라엘’로 시작하는 여러 말씀들이 전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그 말씀 가운데 특히 신명기 6,4-5절의 이 말씀을 “쉐마”라고 부르며 참으로 중요하게 여겼고, 지금도 그러합니다. 그리스도교신자에게 주님의 기도가 그러한 것처럼, 이 성경말씀은 오랫동안 유대인들의 일상생활에서 큰 몫을 차지해 온 것이지요. 유대인들은 살면서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닥치거나 중요한 일이 있을 때면 언제나 이 구절을 낭송해 왔다고 합니다.

 

유대인들이 이 말씀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이 말씀 다음 구절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내가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말을 마음에 새겨 두어라. 너희는 집에 앉아 있을 때나 길을 갈 때나, 누워 있을 때나 일어나 있을 때나, 이 말을 너희 자녀에게 거듭 들려주고 일러 주어라. 또한 이 말을 너희 손에 표징으로 묶고 이마에 표지로 붙여라. 그리고 너희 집 문설주와 대문에도 써 놓아라.”(신명 6,6-9)

 

이 말씀에 따라 경건한 유대인들은 이 말씀(혹은 다른 말씀들)을 몸에 즐겨 지니고 다녔습니다. 경건한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하느님의 말씀들을 작은 ‘성구함’(聖句函, Tefillin)이나 ‘가죽상자’에 말씀을 넣어 (이마와 왼쪽 손목에 띠로 묶어) 다니며 기도를 한 것이지요. 또한 그들은 (우리 가톨릭신자들이 십자가나 성인 메달을 매다는 것처럼) 집 문설주에 역시 이러한 말씀을 기록한 양피지를 넣은 성구함(메주자, Mezuza)을 걸어두기도 했고, 그를 지날 때 입을 맞추곤 했답니다.

 

유대인들은 전통에 따라 이 말씀을 하루에 두 번씩 암송해야 했습니다. 남자아이가 태어나 말하기 시작하면, 부모들은 이 말씀을 처음으로 가르쳐야 했고, 순교자들은 죽음을 앞둔 마지막 순간에 이 말씀을 암송했다고 합니다. 이 말씀은 유대인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신앙고백이면서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암송하는 신앙고백이었던 것이지요.

 

사랑의 계명

 

모세는 하느님께서 자신을 통해 내리신 십계명을 백성들에게 선포한 다음, 계속해서 하느님의 다음 말씀을 전하였습니다.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대로 그것들을 명심하여 실천해야 한다. 너희는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벗어나서는 안 된다. 너희는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길을 따라 걸어야 한다. 그러면 너희가 차지할 땅에서 너희가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잘되고 오래 살 것이다.”(신명 5,32-33)

 

하느님의 명령대로 살고, 하느님의 명령을 명심하며, 그것을 실천해야 약속의 땅에서 오래도록 잘살게 될 것이라는 말씀이지요.

 

모세는 “이는, 너희가 건너가 차지하게 될 땅에서 실천하도록 너희에게 가르치라고, 주 너희 하느님께서 명령하신 계명과 규정들과 법규들이다.”(신명 6,1) 하면서 율법에 대한 순명의 정신을 강조하였습니다. 모세가 말하는 율법에 대한 순명은 단순한 순종이 아니라, 하느님께 대한 사랑의 순종을 말합니다.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즉 하느님께서 명하시는 율법을 지키되 그분을 인격적으로 참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담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대인들이 율법을 따르는 기본적인 자세는 한 마디로 마음을 다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 대한 진정한 사랑의 정신으로 그분의 법을 따라야 합니다. “내가 율법이나 예언서들을 폐지하러 온 줄로 생각하지 마라. 폐지하러 온 것이 아니라 오히려 완성하러 왔다.”[마태 5,17]고 하신 예수님께서는,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이 무엇이냐는 율법 교사 한 사람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하신 것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이것이 가장 크고 첫째가는 계명이다. 둘째도 이와 같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온 율법과 예언서의 정신이 이 두 계명에 달려 있다.”[마태 22,37-40]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따라야 할 기본적인 계명이 바로 사랑의 이중계명과 십계명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계명은 하느님을 마음을 다해 사랑하는 순명의 정신으로 따라야 합니다. “하느님,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모든 율법의 완성이라고 하셨으니 저희가 그 사랑의 정신으로 하느님의 계명을 지켜 영원한 생명에 이르게 하소서.”[연중25주간 본기도] 아멘.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2년 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