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이 말해주는 기도 이상욱 안드레아 신부(용안성당)
기도는 신앙인과 비신앙인을 구분 짓는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앙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도 불가능이라는 벽을 만났을 때 기도를 하지만 신앙인의 기도는 그 대상이 명확하고 형식이 분명하며 기도하는 마음가짐이 비신앙인의 그것과는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그래서 신앙인은 곧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신앙을 가지고 있으면서 기도를 하지 않는다면 온전한 신앙인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 것입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과 함께 우리가 보는 생명의 말씀에서는 기도를 어떻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신앙인의 기도는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나눠볼까 합니다.
1. 구약성경의 기도
기도는 祈(빌 기)와 禱(빌 도)를 씁니다. 의미만 보면 단순히 나의 소원이나 바람을 신께 아뢴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성경의 기도, 특히 구약성경의 기도는 이보다 훨씬 더 신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하느님과 인간의 인격적 만남
기도는 하느님과 인간의 인격적 만남을 표현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단순히 인간의 소원을 하느님께 아뢰는 것이 아닌 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하느님과 소통하는 모습이 구약성경에 나타납니다. 야곱과 아브라함은 ‘주님의 이름을 받들어 부르며’(창세 12,8; 21,33 참조) 기도를 했고, 그렇게 기도 중에 하느님을 뵌 사람들은 제단을 쌓거나(창세 4,26 참조), 기도 중에 주신 하느님의 명령에 충실하였습니다(창세 12,4 참조). 그러나 때로는 소돔과 고모라 땅 앞의 아브라함처럼 하느님께서 뜻을 거두시도록 질문을 드린다거나 그분을 설득하거나 그분께 청을 드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창세 18,23-32 참조). 심지어 야곱은 하느님과 흥정까지 하려고 하였습니다(창세 28,20-22 참조). 이러한 인간들의 기도에 하느님께서는 방문객으로 나타나시거나(창세 18,2 참조), 꿈속에 나타나셔서(창세 28,12-16 참조) 답을 주셨습니다.
노예가 주인에게 바닥에 엎드린 채로 소원을 아뢰듯 기도를 드리는 것이 아니라, 창조주와 피조물이라는 비교될 수 없는 서로의 위치를 뛰어넘어 인간이 청하고 설득하고 때로는 흥정까지 하며 간절히 바라는 일들에 대해 하느님께서 작은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고 들어주시고 결코 잊으시거나 미루시는 일 없이 모두 다 답을 해주시는 인격적인 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귀담아듣고 들은 바에 대한 답을 정확히 주는 지극히 인격적인 만남을 우리는 ‘대화’라고 합니다. 기도는 대화입니다.
이처럼 구약성경의 기도는 단순히 소원을 아뢰고 그 소원을 들어주는 기도의 원초적인 의미를 뛰어넘어 하느님께 기도를 드릴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하느님과 자신이 친밀하고도 인격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나타내 주는 결정적인 표지가 되는 것입니다.
사람 사이에도 가까워지려면 많은 대화가 필요한 것처럼 하느님과 사람이 가까워지는데도 많은 대화가 필요합니다.
[2022년 2월 13일 연중 제6주일 전주주보 숲정이 8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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