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오로가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20) 종살이에서 자유로(4,1-7) 김영남 가브리엘 신부(학다리 본당)
두 번째 논증(3,1-4,7)의 마지막 단락(4,1-7)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단락에서 바오로는 상속법 비유를 통해 사람이 오직 믿음을 통해 의롭게 된다는 사실(2,16)을 설명합니다. 상속자는 모든 것의 주인이긴 하지만, 어린아이일 때에는 종과 다를 바 없고, 아버지가 정해 놓은 기한까지 후견인과 관리인 아래 있습니다(1-2절). 이는 신앙인들의 과거와 현재의 삶을 조명합니다. 하느님을 믿는 이들이 율법의 감시 아래 놓여있을 때에는 어린아이처럼 종살이를 하였지만, 하느님 아버지가 정해 놓은 때, 곧 예수 그리스도가 오자 그들은 더 이상 율법 아래 있지 않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이 율법 아래 있는 이들을 속량하셨기 때문입니다(4-5절). 이제 율법의 시대는 가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의롭게 되는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이 단락에는 ‘의로움’이란 단어가 직접 등장하지 않고 ‘하느님의 자녀 됨’으로 에둘러 표현되고 있습니다. 앞선 단락에서 바오로는 이민족(비유다인)을 믿음으로 의롭게 하신다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아브라함의 믿음과 의로움, 그에게 주어진 하느님의 축복에 관한 성경 말씀을 인용했습니다(3,6-9). 믿음으로서 의롭게 되는 것(아브라함의 경우)과 믿음으로써 아브라함의 후손이 되어 하느님의 축복을 받는다는 사실(이민족의 경우)은 같은 것입니다. 즉, ‘의로움’은 아브라함의 후손이자 하느님의 자녀됨을 표현합니다. 하느님께서 사람의 믿음을 보시고 아브라함의 후손이자 당신의 자녀로 삼으신다는 점이, 갈라티아서에서 사용된 ‘의로움’의 본질인 것입니다. 따라서 갈라티아인들이 더 이상 ‘종이 아니라 자녀’이며 ‘하느님께서 세워 주신 상속자’라는 점은, 이민족이었던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이미 의롭게 되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더불어 성령은 사람이 의롭게 되는 과정에서 특별한 역할을 합니다. 앞선 단락에서 바오로는 갈라티아인들의 신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약속된 성령을 받았다는 점(3,1-14), 갈라티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약속에 따른 상속자라는 점(3,15-29) 입니다. 이러한 내용들은 성령께서 믿는 이들을 아브라함의 후손이자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해 준다는 점을 전제합니다. 바오로는 이러한 사실을 다시 한번 확언합니다. “진정 여러분이 자녀이기 때문에 하느님께서 당신 아드님의 영을 우리 마음 안에 보내주셨습니다. 그 영께서 ‘아빠! 아버지!’ 하고 외치고 계십니다”(4,6).
[2022년 2월 27일 연중 제8주일 광주주보 빛고을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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