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조상들] 다윗 I (1사무 16장 - 1열왕 2장) 강수원 베드로 신부(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
예수님의 족보를 여는 첫 말마디는 “다윗의 자손”(마태 1,1)입니다. 다윗의 이름은 그의 14대(代) 조상인 아브라함보다도 먼저 불리고 있지요. “다윗의 자손”은 전통적으로 메시아를 뜻하는 고유한 호칭인데, 마태오 복음사가는 복음의 첫머리부터 예수님께서 인류의 구세주이심을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다윗은 탁월한 시인이자 음악가인 동시에 강인한 용사요 군사가로서, 후대의 왕들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는(1열왕 11,4.6; 15,3.11) 이스라엘 최고의 성왕입니다. 예수님의 족보에 기록된 많은 왕들 가운데 오직 다윗만이 “임금”(마태 1,6)으로 불리고 있다는 점은 그의 독보적인 위상을 잘 보여줍니다.
하느님께서는 실패한 임금 사울 대신 통일 왕국의 첫 임금이 되어 당신 백성을 인도할 사람으로, 유다 베들레헴의 다윗을 택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명을 받은 사무엘 예언자는 이사이의 일곱 아들들 중 가장 늠름한 맏이 엘리압을 내심 점찍었지만, 그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맙니다. “사람들은 눈에 들어오는 대로 보지만, 주님은 마음을 본다.”(1사무 16,7) 하신 하느님은 그를 깨우치셨고, 들판에 남아 양을 치고 있던 막내 다윗에게 도유하게 하셨지요. 학자들은 일곱 형들이 아닌 ‘여덟째’ 다윗이 기름부음 받았다는 사실에서, 다윗의 자손이신 예수님의 이름(그리스어 예수스 ΙΗΣΟΥΣ : 숫자로는 888)을 찾거나, 예수님께서 안식일(일곱째 날) 다음 날인 “여덟째 날”(‘주일’ : 가톨릭교회 교리서 2174항 참조)에 부활하셨음을 떠올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하느님께서 장차 예수님의 조상이 될 다윗에게서 보신 그 ‘마음’이란 어떤 것이었을까요? 우리도 갖길 열망하는 바로 그 마음 말입니다.
어쩌면 그 마음이란, 하느님을 거칠게 모독하는 거인 전사 골리앗 앞에 서서 “너는 칼과 표창과 창을 들고 나왔지만, 나는 만군의 주님 이름으로 나왔다.”(1사무 17,45)라고 외치던 다윗의 그 믿음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거대한 악과 임박한 죽음 앞에서 “아버지께서 나와 함께 계시니 나는 혼자가 아니다.”(요한 16,32)라고 하셨던 예수님을 닮은 그 마음 말이지요. 그리고 정적(政敵) 사울을 죽일 기회마다 부하들이 다윗을 종용하던 때는 어떠했습니까? “그는 주님의 기름부음받은이가 아니냐? 나는 그에게 손대지 않겠다.”(1사무 24,7.11; 26,9.11.23) 하며, 자신의 억울함과 고된 도피 생활보다도 하느님의 뜻을 우선했던 다윗이었지요. 또 임금이 된 이후 하느님의 계약 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오던 날은 어떠했나요? 행렬 앞에서 온 힘을 다해 춤을 추던 그를 아내 미칼이 체통머리나 지키라 조롱할 때, “(주님 앞에서) 나는 이보다 더 자신을 낮추고 내가 보기에도 천하게 될 것이오.”(2사무 6,22) 하며 오직 하느님을 기쁘시게 하는 데에 온 마음을 기울였던 다윗이었습니다. 영원을 한순간처럼 꿰뚫어보시는 하느님께서는 베들레헴의 목동 다윗을 기름부어 세우시던 그때, 평생 오직 당신만을 향할 그 다윗의 귀한 마음들을 미리 앞당겨 보고 계셨던 것이었겠지요.
하느님께서 “다윗의 자손”이신 우리 주님의 탄생과 그분의 영원한 하느님 나라를 약속해 주신 것은, 다윗이 자신의 도성에 하느님의 성전을 지어 그분의 현존 속에 살고자 강렬히 열망했던 바로 그때였음을 되새겨봅니다(2사무 7장). 우리의 하루가 때로는 산골 양치기같이 남루하고, 때로는 골리앗처럼 거대한 장애 앞에서 무력감에 젖기도 할 테지요. 하지만 그때마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 버티다 지쳐버리지 말고, ‘당신을 향한 내 진실된 마음’ 그 하나만을 보시는 하느님, 나를 기름부어 세우셨고 한순간도 나를 놓지 않으신 하느님과 ‘늘 함께 살아가는’ 기쁨을 간직해야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성왕 다윗을 닮아 인생의 승리자로 살아가는 복된 날들을 힘차게 이어가길 기원합니다.
[2022년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대구주보 3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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