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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장석주 시인 / 마지막 사랑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13.

장석주 시인 / 마지막 사랑

 

 

사랑이란

 

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이다

 

나 그대에 취해

그대의 캄캄한 감옥에서 울고 있는 것이다

 

아기 하나 태어나고 바람이 분다

 

바람 부는 길목에 그토록 오래 서 있었던 까닭은

 

돌아오는 길 내내

 

그대를 감쌌던 내 마음에서

그대 향기가 떠나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그렇게

아주 멀리 되돌아오는 길이다

 

헤어짐을 준비하며

 

 


 

 

장석주 시인 / 단순하게 느리게 고요히

 

 

땅거미 내릴 무렵 광대한 저수지 건너편 외딴

함석 지붕 집

굴뚝에서 빠져나온 연기가

흩어진다

 

단순하고,

느리게,

고요히,

 

오, 저것이야!

아직 내가 살아 보지 못한 느림!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에서

 

 


 

장석주 시인

1954년 충남 논산에서 출생.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 등단. 197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같은 해 《동아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 입선, 시집으로 『햇빛사냥』 『그리운 나라』 『새들은 황혼 속에 집을 짓는다』 『어떤 길에 관한 기억』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때』 『크고 헐렁한 바지』 등과 평론집 『한 완전주의자의 책읽기』 등이 있음. 제1회 애지문학상(문학비평 부문). 1975 월간문학 신인상. 1976 해양문학상 수상. 2013 제11회 영랑시문학상 본상 수상. 시인세계 편집위원. 현대시 편집위원. 현재 동덕여대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창작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