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임 시인 / 호두나무 식탁
마주 오던 전동차 불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저기 창가에 하염없는 뒷모습이 너일까
터널과 터날 사이 어쩌지 못하는 일들은 빛을 따라 전진했다
물기 가득한 부엌으로 돌아와 나무가 우는 소리를 듣는다
호오이 호오이 푸른 기운 자욱한 그 울음 따라가면 한 때 무성했던 나무가 마트로시카 인형처럼 서 있고 우리는 그렇게 점점 멀어져 아주 작은 점이 되어 가는데
오늘은 나무의 몸이 되어 가만히 잠이 들자, 꿈속에서도 호오이 호오이
이런 밤엔 나무의 맑은 울음소리가 이상할 정도로 편안했다
웹진 『시인광장』 2022년 6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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