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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광규 시인 / 봄 소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0. 30.

김광규 시인 / 봄 소녀

 

 

가을이 깊어가며 갈잎나무들

하나씩 둘씩 잎 떨구기 시작하네

뿌리 박은 땅 덮어주려 듯

추워질수록 서둘러 옷을 벗네

마침내 그들의 낙엽으로 대지를

두둑이 덮고 알몸으로

수천 개 수만 개 팔을 벌리고 서서

눈비 비람 맞으며

혹독한 추위를 견디네

순교자 같은 갈잎나무들 모습

거룩하고 아름다워

멀리서 몸을 숨긴 채

조촘조촘 다가오눈 봄 소녀

 

 


 

 

김광규 시인 / 모르지요

 

 

구름 없는 밤하늘

한가운데 환하게 떠 있는

둥그런 보름달보다.

소나무 밤나무 감나무 가지들 헤치고

나뭇잎 사이로 수줍게 발돋움하는

초승달 일그러진 모습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까닭

모르지요

 

 


 

김광규 시인

1941년 서울 출생. 서울대 및 同 대학원 졸업(문학박사). 1975년 계간 《문학과 지성》을 통하여 데뷔, 저서로는 『우리를 적시는 마지막 꿈』 『크낙산의 마음』 『좀팽이처럼』 『물길』 『가진 것 하나도 없지만』 『처음 만나던 때』 『시간의 부드러운 손』 『하루 또 하루』 등. 『대장간의 유혹』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누군가를 위하여』 등.  녹원 문학상, 김수영 문학상, 편운 문학상, 대산 문학상, 이산 문학상, 시와 시학 작품상 수상과  2006년도 독일 언어문학 예술원의 프리드리히 군돌프상과 2008년도 이미륵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