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이화 시인 / 구름사원의 저녁노래
붉은 귀 볼륨을 올리고 꽃노래 듣는 저녁이 있다
저기 어떤 손이 기타 치며 노래 부른 흔적 맑게 울리는 종소리처럼 아름다운 목소리로 공손히 노래 부른 흔적 두 개의 악보가 조용히 머무른 흔적
그 가장자리로 별 내려와 흘린 눈물 귀 기울이는,
꽃을 엮어 만든 노래는 오래전 빙하기로 들어갔으므로 빙하는 날개를 펴고 얼룩 사슴으로 윙윙 우는,
저기 기타 치던 어떤 손으로 저녁엔 무엇을 할까 이끼와 돌로 꽃 피고 지는 구름에 올라 기타보다 한 옥타브 높여 온몸으로 윙윙 바람을 노래할 때
악몽을 여행 중인 내 툰드라에 세운 구름사원의 노래
푸른 꽃가지 엮은 악보로 붉은 꽃송이 피운 목소리로 꽃노래 부른
저녁의 노래 있다
권이화 시인 / 도돌이표가 위험한 악보 -코로나에 부쳐
바닷가에 물결이 검게 흘러가는 것을 듣는다 그 어디쯤 도돌이표가 있을 것이다
반복되는 음악처럼 나는 참든 채 멀리 있는 작은 마을을 바라본다
붉은 지붕과 흰 벽 틈으로 염소가 풀을 뜯고 푸른 유리구슬을 굴리며 아이가 뛰어논다 미풍은 꽃나무에서 춤으로 아이에게로 무한 반복한다
우리는 시간이 없어도 그곳에 발을 내릴 수 있고 심장을 묻을 수 있다 쉼표 사이로 새가 날아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므로 피가 다른 그대 잘못 찾아온 그대 훔친 바람으로 휘파람을 불지 말 것 아이가 굴리는 푸른 유리구슬을 탐내지 말 것 차가운 손으로 우리의 이마를 어루만지지 말 것
죽음은 죽는 순간까지 죽지 않는 유령 마을이 검게 물들기 전 조용히 지나가기를
우리는 참시 검은 음악 속을 지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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