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나 시인 / 유리섬 초대
새단장 쇼파 전문 매장에서 엔틱 모던 가구 인테리어 소품점에서 토종 순대국 만석이네 집에서 생기 약국에서 신태양 안경점에서 과외 혁명 원플라스 학원에서 김포 꽃 화원에서 씨를 받아 왔다
난蘭생처음 자생란 가게에 낚시 플라자에 클릭 사랑 보드게임 제이제이에 아이미즈 산부인과에 활어회 직판장에 21세기 미소 치과에 쓰고 남은 씨를 무료로 나눠 주었다
발꿈치를 높이 든 전기공 어깨 위에 신호를 놓치지 않으려고 절뚝이며 뛰어오는 할아버지의 발등에 파출부 쓰실 분 전단지를 붙이는 여자의 몸 위에 줄기는 왕성하게 피어오른다
바퀴들 쌩쌩 굴러가는 시내 한복판 목화* 피었다고 이 마을 사람들도 틀어 보니 새하얀 무명 꽃이더라고
인견 피그먼트 이불과 극세사 차렵이불 아사 원단 침구류 소매상을 하는 친구에게 편지를 쓴다 목화솜 이불 덮고 하룻밤 자고 가라고
요즘 신新도시 사람들의 감촉이 많이 달라졌다고
*요즘 목화씨를 일정량 배급하는 도시가 있다
정민나 시인 / 바다, 브라이드
작약도, 민박집은 닫혀 있다 두레박이 걸려있는 우물은 먹을 수 없다는 팻말이 붙어 있다 오락가락 하던 팡게가 공연히 그녀의 발밑에서 으스러진다
나무 둥치는 커다란 송이버섯 어둠 속에서 내민 손이 수많은 빛을 더듬는다 우듬지에 손을 대는 순간 바위 사이로 툭! 한 송이 우울이 떨어진다 하얀 집 한 채가 헐거운 오후
향나무의 공기를 따라가면 적막이 실눈처럼 커져 있다 섬의 외진 구석에는 남자와 여자 비가 오면 우 산을 펴고 비가 그치면 사진을 찍는다 제법 굵은 빗방울이 몸을 빼내어 바다에 떨어진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헐벗은 그들이 돌아온다 저벅거리는 쩔물, 쓰고 있던 우산은 뻘밭을 향해 던져 버린다 어서 물이 들어와야 할 텐데 .... 해송은 척박한 모래 속으로 팔을 구부리고
브라인드를 올리면 바람의 공간을 휘젓는 뗏장들, 무덤의 조개껍데기가 자라기 시작한다 가느다란 팔 하나가 곰솔의 생가를 열어 바다만한 그늘을 방사한다
-《모 :든시》 2019.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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