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완 시인 / 용서
엄마 나 학교 가다 길고양이도 용서하고 신호등도 용서하고 큰 트럭도 용서했다 자전거 타고 가는 누나도 용서하고 날아가는 새도 용서했는데 그때 구름도 용서했어요 "너 용서가 뭔지 아니?" 용서가 한번 봐주는 거 아니에요?
김창완 시인 / 겨울 나무가 여름 나무에게
너희가 그럴듯한 색깔로써 감추었던 하늘 지금 여기 있으니 아끼며 보리라 손가락 사이로 우러르면 저 하늘이 내려와 목덜미 누르는 저 하늘이 너무 맑게 닦고 비질한 탓일까? 깨어져 흰 가루로 내려앉는다. 그런 날 떨지 않고 내가 하늘이여 하늘이여 하고 기도할 수 있다면 쪼개지고 타올라서 흰 재라도 날릴 수 있다면 누가 와서 이 몸뚱이에 도끼날을 박아다오 피 한 톨, 뼈마디 한 개 찾아 낼때까지 다만 쪼개질 뿐인 장작으로서 너희가 세우던 푸른 불기둘을 생각하리라.
-시집 〈인동일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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