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훈 시인 / 구멍 난 문장
구멍 난 이불을 덮고 또 덮었다, 한 문장 쓰다가 ‘구멍 난’을 지우는데
밥은 먹었나, 어머니 전화가 냉장고를 훑는다
쉰내 나는 김치 곰팡이 낀 장조림 바람 소리 나는 소주병 말라버린 피자 한 조각
그럼, 뜨끈뜨끈 쌀밥 해서 삼겹살 구워 먹었지,
쓰다 만 문장을 다시 채운다, 구멍 난 마음이 추워서 이불을 덮고 또 덮었다
계간 『시에』 2021년 겨울호 발표
한종훈 시인 / 젊은 고독
어디선가 혼자 사는 노인 집 문고리에 흰색 수건을 걸어둔다고 한다 어느 날 흰색 수건이 보이지 않는다면 노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다
문 틈 사이로 빼곡히 박힌 흰 봉투들 코를 찌르는 냄새, 얇은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도 삶이 저문 걸 몰랐다
체납 고지서가 수거한 서른둘, 이력서 한 장에 적힌 생애가 너무도 짧아
옷걸이에 걸어둔 검은색 넥타이가 바닥에 툭 떨어진다
계간 『시에』 2021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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