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영 시인 / 바람불어 좋은날
구절초 만발한 언덕에 누워 향기 취해 하늘 보면 독수리 드높은 하늘 가 날고 병아리 어미 날개 아래 숨던
제트기 흘리고 간 긴 똥 줄기 거칠어 철없는 파도 소리 괭이갈매기 끼룩거리는 너머 우도의 등대가 아득했다
누추한 마음 안에 고운 색동옷, 고름 여미고 촌스런 단발머리 반딧불도 고왔지
봄이면 안개 피고 여름이면 바람 풀섶 헤집고 가을이면 잡초 향기 온 동네 마실 다니는 바람 불어 좋은 날
고향은 지금쯤 아직도 그 보리수나무 달콤한 탐스러움 간직하고 있을까
고은영 시인 / 먼훗날 내 사랑도 늙어지면
먼 훗날 고독한 외로움에 나의 존재가 형편없이 구겨져 초라해진다 하여도 해거름 나의 평화에 우리 사랑했던 기억은 아름 아름 깊은 중심의 뼛속 깊이까지 애틋하고 아련하게 물들어 있으리
우리 그리움이 멍울로 멍울로 긴 그림자 드리운 날 그대 한마디 없이 떠났다 하여도 서러운 사랑이 날개없이 추락한다 하여도 그대는 잊을수 없는 나의 운명
기억의 잎새마다 그대가 끝없이 달려와 내 슬픔을 자극하여도 잘 있느냐고 건강하냐고 눈물 밴 밥을 먹으면서 뜨겁게 안아주고픈 그대는 내겐 언제나 귀한 사랑
아무런 의미도 없고 볼품없이 밀쳐진 들풀이라 하여도 숨어 우는 바람소리 구천에 흩어지고 노을 깊은 풍경에 서면 나는 그대의 쓸쓸하여 끝없는 마지막 사랑
인생의 중독된 서글픈 인연 속에 해거름 깊은 자락 그림자로 홀로 서면 안달하던 보고픔도 서글펐던 그리움도 나 이렇게 견뎠노라고.........
비로소 잔잔한 창가를 그리움으로 물들이며 저 황혼을 지나 어둠 속을 아침이 오기까지 정처없이 걸어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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