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시인 / 박새
아침마다 물 받으러 가는 마을 무허가로 들어와 어우린 자연 부락 능선 따라 이른 아침 가방 메고 푸드덕 산을 넘는 아이들 짹짹짹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뒷산 보고 인사 꾸벅 지지쌕쌕 구구단 중얼대며 아직 단잠 든 평지 친구 머리맡 훌쩍 오늘은 뭘 읽을까 오늘은 뭘 쪼을까 잠 깬 청설모 뒤를 쫓아 푸드덕 산을 넘는 아이들
최영철 시인 / 일광욕하는 가구
지난 홍수에 젖은 세간들이 골목 양지에 앉아 햇살을 쬐고 있다 그러지 않았으면 햇볕 볼 일 한번도 없었을 늙은 몸뚱이들이 쭈글쭈글해진 배를 말리고 있다 긁히고 눅눅해진 피부 등이 굽은 문짝 사이로 구멍 뚫린 퇴행성 관절이 삐걱거리며 엎드린다 그 사이 당신도 많이 상했군 진한 햇살 쪽으로 서로 몸을 디밀다가 몰라보게 야윈 어깨를 알아보고 알은체한다 살 델라 조심해, 몸을 뒤집어주며 작년만 해도 팽팽하던 의자의 발목이 절록거린다 풀죽고 곰팡이 슨 허접쓰레기, 버리기도 힘들었던 가난들이 아랫도리 털 때마다 먼지로 풀풀 달아난다 여기까지 오게 한 음지의 근육들 탈탈 털어 말린 얼굴들이 햇살에 쨍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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