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남 시인 / 머나먼 問喪
기차는 연착을 만회하려고 레일이 뜨겁게 달렸다 객석엔 낯선 얼굴들 오래 사귄 듯 따뜻함이 안겨왔다 들판엔 식어가는 노을이 대지에 안기고 촌락이 다정한 야성의 벌판 기차는 저녁에서 밤기차로 바뀌었다
시인의 부음을 듣고 조문 가는 일행들 주벽에 대한 견해도 있었으나 왜 우린 선의의 충고를 못 했는지 밤기차는 구미에서 우리를 내리게 하고 상갓집에 들르니 조화가 먼저와 기다렸다 그와의 교류는 낮 꿈같은 것 무명시인은 주벽이 심했으나 본심이 좋았다
언젠가는 꽃 피어나 길 바란다 밤의 머나먼 문상
정일남 시인 / 안식처
신(神)이 안겨준 자리 나는 여길 떠나지 않겠네 나를 안아주는 따뜻한 자리 달빛을 만지면 보드랍고 산은 깊고 적막하네 기화요초는 향기로우며 구름은 솜털 같아라 쪽빛 하늘 아래 희고 긴 강물 흐르니 세상 고락 잊은 채 나 여기 살다 가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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