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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정일남 시인 / 머나먼 問喪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17.

정일남 시인 / 머나먼 問喪

 

 

기차는 연착을 만회하려고

레일이 뜨겁게 달렸다

객석엔 낯선 얼굴들 오래 사귄 듯 따뜻함이 안겨왔다

들판엔 식어가는 노을이 대지에 안기고

촌락이 다정한 야성의 벌판

기차는 저녁에서 밤기차로 바뀌었다

 

시인의 부음을 듣고 조문 가는 일행들

주벽에 대한 견해도 있었으나

왜 우린 선의의 충고를 못 했는지

밤기차는 구미에서 우리를 내리게 하고

상갓집에 들르니 조화가 먼저와 기다렸다

그와의 교류는 낮 꿈같은 것

무명시인은 주벽이 심했으나 본심이 좋았다

 

언젠가는 꽃 피어나 길 바란다

밤의 머나먼 문상

 

 


 

 

정일남 시인 / 안식처

 

 

신(神)이 안겨준 자리

나는 여길 떠나지 않겠네

나를 안아주는 따뜻한 자리

달빛을 만지면 보드랍고

산은 깊고 적막하네

기화요초는 향기로우며

구름은 솜털 같아라

쪽빛 하늘 아래

희고 긴 강물 흐르니

세상 고락 잊은 채

나 여기 살다 가겠네

 

 


 

정일남 시인

강원도 삼척에서 출생. 관동대학 상학과 중퇴. 1970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197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어느 갱 속에서』(1985), 『들풀의 저항』(1991), 『기차가 해변으로 간다』(1997), 『야윈손이 낙엽을 줍네』(2000), 『추일풍경』(2004), 『유배지로 가는길』(2005), 『훈장』(2012) 등이 있음. 2007년 한국시인정신상 수상. 2009년 천강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