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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나영순 시인 / 물방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23.

나영순 시인 / 물방울

 

 

가지 않아야만 할 삶이 가고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생이 오네

 

어제 내린 나는 언제 내렸던 나였을까

낯선 의심의 사막에 꽃 한 송이 피우고 떠난 그대

먼저 간 누군가의 행로를 따라 흐르고 흘러

한 때 바다가 되기도 했던,

구름의 이름을 입고

허공중을 떠돌던

서늘한 청춘의 시절도 우리에게 있었던 걸까

 

허공은 영원의 또 다른 이름

 

언젠가는 다시 비가 되어

지난 길을 되걸어 지나갈까

잎맥에 숨어

태양을 숨 쉬며

한 나무의 발끝부터 정수리까지

촘촘히 읽어낸 점자의 여정들

 

나 다시 돌아가려 해 처음의 자리로

태어난 그곳으로

 

웹진 『시인광장』 2022년 7월호 발표

 

 


 

나영순 시인

시집 『쥐코밥상』 월간문학(2012년)을 시작으로 작품 활동, 산문집 『시간의 잠』(동쪽나라. 2015), 시집 『맹물은 뜨겁다』(현대시, 2021), 충북문예진흥기금 수혜. 청주시 1인1책 펴내기 운동 지도강사, 세계직지문화협회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