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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박종영 시인(청주) / 껌 씹는 낙타 외 1편

by 파스칼바이런 2022. 11. 25.

박종영 시인(청주) / 껌 씹는 낙타

 

 

꼬부랑 할머니가 입속에 매달려 흔들린다

거미줄을 타고 들락거리는 욕망의 늪

질겅 질겅 참 잘 어울리는 입

오래 씹어야 찰지게 달라붙는 성질머리

부드럽다가도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성격

이빨과 입술 사이 구름다리를 타고 건너는 쫄깃함

두툼한 살점이 포만감을 부르는 그 곳

혀 놀림에도 빠지지 않는 이물질 그녀

건져 내기가 불편한 구조라 더 좋다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구토

시궁창 냄새가 풍기는 맨홀 뚜껑에 자리한 낡은 방

녹슨 배관을 울리는 검은 소리

통로 끝자락에는 마지막 절규가 자라고

찍혀 씹히고 부딪쳐 부서진 잔해

균형을 잃어 파편이 튀고

낡은 뱃속의 벽이 허물어져 막힌 길

심장을 타고 흐르는 타액의 되새김질은 감로수

그녀의 사막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언덕

낙타는 사막을 지고 일어선다

 

 


 

 

박종영 시인(청주) / 소난지도

 

 

통통배 잠 깨워 바다로 나가는 새벽

조그만 섬 하나 떠있다

 

붉게 피었던 홍등

하나, 둘 바다에 잠들고

 

밤새 정박했던 지느러미

힘차게 흔들며 바다로 나간다

 

힘찬 물살에 꿈들이 매달려 올라오고

거친 숨 몰아쉬며 갑판에 퍼덕이던 사내

 

갯벌 길들여진 낡은 삽질 소리

줄줄이 올라오는 낙지에 허리 끊어지는 줄 모른다

 

밀물 썰물에 몸 헹구던 바지락 소리

만선의 꿈은 가득 피어오르고

 

 


 

박종영 시인(청주)

충북 청주에서 출생, 당진 22년 거주. 2007 <대한문학세계> 봄호 등단. 시집 『서해에서 길을 잃다. ‘17년 당진문화재단 수혜』 『우리 밥 한번 먹어요 ‘19년 충남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기금 수혜』 2010 대한문인협회 최우수 문학상 수상. 창작문학예술인협회 정회원. 당진문인협회, 당진시인협회 회원. 현 동아환경산업(주)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