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영 시인(청주) / 껌 씹는 낙타
꼬부랑 할머니가 입속에 매달려 흔들린다 거미줄을 타고 들락거리는 욕망의 늪 질겅 질겅 참 잘 어울리는 입 오래 씹어야 찰지게 달라붙는 성질머리 부드럽다가도 물고 늘어지는 끈질긴 성격 이빨과 입술 사이 구름다리를 타고 건너는 쫄깃함 두툼한 살점이 포만감을 부르는 그 곳 혀 놀림에도 빠지지 않는 이물질 그녀 건져 내기가 불편한 구조라 더 좋다 식도를 타고 역류하는 구토 시궁창 냄새가 풍기는 맨홀 뚜껑에 자리한 낡은 방 녹슨 배관을 울리는 검은 소리 통로 끝자락에는 마지막 절규가 자라고 찍혀 씹히고 부딪쳐 부서진 잔해 균형을 잃어 파편이 튀고 낡은 뱃속의 벽이 허물어져 막힌 길 심장을 타고 흐르는 타액의 되새김질은 감로수 그녀의 사막은 서늘한 바람이 부는 언덕 낙타는 사막을 지고 일어선다
박종영 시인(청주) / 소난지도
통통배 잠 깨워 바다로 나가는 새벽 조그만 섬 하나 떠있다
붉게 피었던 홍등 하나, 둘 바다에 잠들고
밤새 정박했던 지느러미 힘차게 흔들며 바다로 나간다
힘찬 물살에 꿈들이 매달려 올라오고 거친 숨 몰아쉬며 갑판에 퍼덕이던 사내
갯벌 길들여진 낡은 삽질 소리 줄줄이 올라오는 낙지에 허리 끊어지는 줄 모른다
밀물 썰물에 몸 헹구던 바지락 소리 만선의 꿈은 가득 피어오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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