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인 시인 / 열하루 밤의 달
달에 눈물 자국이 선명하다 때론 달도 뒤돌아서서 남몰래 눈물을 흘리고 싶을 때가 있는 거다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
-시집 『그 눈물이 달을 키운다』에서
이상인 시인 / 뻐꾸기 둥지
막 동이 틀 무렵 아랫배에서 뻐꾸기가 운다. 명치 쪽으로 올라와 울기도 하고 편히 자리를 잡고 쉬엄쉬엄 운다. 혹시 나는 누군가 다른 둥지에 낳아둔 알은 아니었을까 태어나기 전의 기억을 더듬거리다가 내 주위에서 잊지 말라고 때때로 울어주고 있는 이는 없는지 잠시 주위를 접었다 펼쳐 보는 사이 뻐꾸기 울음은 그칠 기미도 없이
나는 또 어느 둥지에 남몰래 한두 개 내 마음을 낳아두지 않았을까 그 마음, 껍질을 깨고나와 덜 깨어난 마음들 둥지 밖으로 밀어내 간단없이 죽이고 무럭무럭 자라서 다시 날아오라고 끊임없이 울어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 부질없는 생각들 추스르고 있을 때도 내 아랫배를 지그시 누르며 뻐꾸기는 울음 울어 새벽이 뻐꾹뻐꾹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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