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연 시인 / 스리쿠션
내가 유달리 당구를 좋아하는 이유가 있지
공은 측면에 한 번 튕기다가 그녀의 몸 깊은 곳에 한 번 안착을 하다 가지
나의 손가락은 큇대를 잡은 힘에 쭈뼛쭈뼛 솜털이 일어난다
쉿, 그녀의 바다는 무겁게 직접 부딪치면 질질 흐르고
하늘 자락이 벌겋게 젖는 걸 느끼기도 하지
다른 후방으로 진입하는 몸부림에 화들짝 놀란 공이 그녀를 덮치기도 하지
닫힌 문을 열기 위해 끈적하게 혀끝으로 온몸에 칠하고 옆으로 공의 살갗에 부딪치자 어머, 살짝 그녀의 문으로 들어와 버린 키스 아, 아 미끄러지는 속도에도 귓불에 담긴 소리는 저녁 빛깔이지
웹진 『시인광장』 2022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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